부동산 부동산일반

[못믿을 미분양 통계] "계약률 85%" 대대적 광고… 실계약률 54% 그쳐

공급과잉→미분양 증가 악순환… 통계만 믿고 구매 나선 소비자

중도금 집단대출 해준 금융권 건설사 부도땐 피해 고스란히

미분양수 만큼 부담금 유예 등 정확한 신고 위한 유인책 필요

정부가 발표하는 미분양 아파트 통계가 정확한 미분양 현황을 반영하지 못해 주택시장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미분양 물량이 급속히 늘어난 김포 한강신도시 전경. /서울경제DB


2,404가구에 달하는 대단지 주상복합 아파트로 화제가 됐던 경기 고양시 '일산 요진와이시티'. 이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3월 분양업체가 계약률이 85%에 달한다며 소비자들에게 계약을 독려했지만 실제 계약률은 상당히 저조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기존 계약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아파트의 계약률은 54%(1,292가구)에 불과하다. 입주 예정자인 김모씨는 "분양업체가 제시한 계약률을 믿고 분양을 받은 소비자들만 피해자"라며 "한두 푼도 아닌 수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사는데 소비자에게 공개되는 정보는 극히 일부분인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경기도청이 조사한 미분양 자료를 보면 '김포풍무 한화유로메트로'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줄곧 전체 1,810가구 중 520가구의 미분양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아파트를 분양한 업체 측은 지난해 11월 520가구를 전세물량으로 내놓은 뒤 올해 2월에는 1,290가구를 전세로 전환, 모든 가구의 전세계약을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업체의 주장이 맞는다면 1,810가구 모두 미분양 물량으로 표시돼야 하지만 경기도청의 미분양 자료와는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미분양 주택현황 통계가 주택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들이 실제 계약률을 과장해 미분양분을 숨기고 있는데도 이를 그대로 통계에 적용하고 있어서다. 사실상 잘못된 통계를 발표하는 것으로 주택시장의 거품만 키워 공급 조절에 실패하고 미분양 도미노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장혼선 야기에 소비자 알권리 침해 우려도=업계는 국토교통부가 매월 발표하는 주택 미분양 통계의 정확성이 부족해 시장에 혼선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특정 지역에서 감춰져 있던 미분양 주택이 곳곳에서 '지뢰'로 작용해 동시다발적으로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 김포시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4월 말 1,386가구에서 5월 말 4,200가구로 한 달 사이에 급속히 늘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단지 분양이 많아 한꺼번에 몇천 가구의 미분양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잠재된 미분양을 파악하지 못하고 대규모 공급을 이어나가게 되면 미분양 적체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확한 미분양 통계를 믿고 주택 구매에 나선 소비자가 부실한 건설사와 분양 계약을 맺을 경우 건설사 부도 등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부실한 업체일수록 직원의 가족을 동원하는 등 편법을 통해 미분양 줄이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현 신고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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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분양 통계가 금융권의 부실과 연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분양과 계약 이후 은행의 중도금 집단대출을 통해 공사비를 충당해야 하는 구조상 건설사가 최대한 미분양을 감추려 하기 때문이다. 향후 미분양 소진에 어려움을 겪어 회사가 부도가 날 경우 그 피해는 기존 입주 예정자와 금융권에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미분양 통계 신뢰도 높여야=국토부는 미분양 신고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현 상황을 개선할 만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통계의 정확성을 높일 방안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고 비판한다.

대표적으로 학교용지부담금을 활용한 방안이 거론된다. 학교용지부담금은 학교용지 확보를 위해 사업자가 분양된 가구 수에 비례해 분양가의 일부를 납부하는 제도다.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 규정에 따라 각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부과하는 만큼 강제적인 성격을 띤다. 100가구 이상 민영주택, 직장·지역조합 주택,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사업자가 계약 현황에 따라 계약서 사본을 모두 첨부해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 만큼 정확성이 높다는 평가다.

또 미분양 주택 수에 비례해 각종 부담금 납부를 유예시켜 줌으로써 주택사업자가 미분양 주택 수를 정확하게 신고할 만한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시적으로 미분양 주택 구입자에게 양도세 면제 혜택을 줌으로써 분양자가 미분양 확인신고서를 받아야 했던 것도 한 예다.

최초 분양 후 몇 개월부터 미분양으로 볼 것인지 기준을 세우고 이후에는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주택 미분양 신고를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조차 없다 보니 더욱 주먹구구식으로 신고를 하게 되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은 악성 분양으로 보지만 준공 이전 미분양의 경우 언제부터 비정상으로 판단하고 소비자에게 알릴 것인지도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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