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유사 이어 제2 타깃되나" 가격 올린 식품업체들 긴장

■ MB "곡물 유통, 투기 있는지 보고있다"<br>쌀·배추 등 유통과정서 매점매석·물량조절 빈번<br>담합 면밀 조사 목소리에 업체선 "최소한만 인상"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릴 때와 내릴 때 반영 기간이 다르다"고 말한 것은 마치 올해 초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연상하게 한다. 이날 대통령 발언에 따라 지난달 재보선이 끝난 뒤 일제히 가격인상을 단행했던 식품가공업체는 정유사에 이어 제2의 타깃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대통령의 발언은 식품가공업자와 유통업자가 주도권을 쥔 농ㆍ수ㆍ축산물 유통 구조의 불합리성 때문에 농ㆍ수ㆍ축산물 가격이 오를 때는 빨리 오르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가격 결정 구조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이 삼겹살, 마블링(소고기) 제품만 찾아 기이하게 형성된 가격구조, 식재료 원가 인상으로 촉발된 외식비 부담 등도 내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쌀ㆍ배추 등 품목의 경우 유통과정에서 매점매석, 혹은 물량 조절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에도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의 산지양곡유통업체가 쌀값 상승 기대로 과도하게 재고를 안고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농ㆍ수ㆍ축산물 가격이 오르더라도 반사 이익은 실제 산지의 농어민과 축산 농민보다 유통업자와 식품가공업자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행위를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가격 인상 시기에는 일제히 움직이면서도 반대의 경우 업체들 간 눈치만 보며 가격 인하를 망설이기 때문이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아직 국제곡물가가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밀이나 원유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제품 가격은 한참 늦게 반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는 가공식품은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복합적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과 즉시 연동되는 가격구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업계는 최근 식품 가격을 잇따라 인상했지만 소비자 반발을 우려해 농·수·산·축산물 등 원자재 인상분을 모두 반영하지 않았고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인상했다면서 물가 안정에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치ㆍ과자 등 2차 가공식품은 원재료뿐 아니라 물류 유통비용ㆍ마케팅비용 등 다양한 가격 요인이 있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 시세를 제품에 즉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는 "특정 원재료 한 품목의 가격이 떨어져도 인건비ㆍ포장비 등 다른 부분이 인상되기도 한다"면서 "하나의 가격 인하요인만으로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농심의 한 관계자도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다"면서 "원재료만으로 제품 가격을 결정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리온의 한 관계자 역시 "모든 재료 가격을 100% 다 반영해 가격을 인상할 수는 없다"면서 "원가인상 압박을 견디다 못해 적자를 내는 제품에 한해 불가피하게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이날 "국내적으로도 유통 과정에서 투기적 요인이 없는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주목된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국내에서는 투기라는 개념이 형성돼 있지 않고 국제시장의 유가ㆍ곡물가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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