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88올림픽 VOD로 본다

비디오테이프자료 디지털화<br>국민체육진흥공단 홈피 서비스<br>유남규 김기택 탁구 결승 등 생생



국민체육진흥공단 홈페이지(www.sosfo.or.kr)에 들어가면 누구나 쉽게 88서울올림픽의 명장면을 VOD로 감상할 수 있다. 가운데에서 팔을 번쩍 들고 있는 이는 서울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이경근 선수.




대한민국 건국 이후 온 국민이 다 함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가깝게는 5일 WBC컵 야구에서 이승엽의 홈런으로 일본을 꺾은 순간, 지난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안현수와 진선유가 쇼트트랙 금메달을 휩쓸었을 때, 온 국민의 환호성으로 한반도가 들썩거렸다. 조금 더 과거를 회상하면 단연 2002 월드컵일 터. 우리 대표팀이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그 이름도 쟁쟁한 축구강국들을 물리치고 4강 신화를 기록한 2002년 여름, 온 나라가 태극기와 붉은 유니폼 물결을 이루며 환희를 맛봤다. 그리고 19년전 가을, 88 서울올림픽이 있었다. 그 때 그 감격은 2002 월드컵과는 또 분명 달랐다. 전쟁의 상처와 보릿고개를 딛고, 철권 독재정권의 그늘 밑에서 때론 숨죽이고 때론 저항하고, 수십 년간 근대화란 이름 아래 국민 모두가 앞만 보고 땀 흘렸던 수고를 스스로 자랑스러워 했던 축제였다. 상당수 국민이 비행기 한 번 못 타봤던 그 시절, 전세계의 스포츠 대표들이 서울 하늘 아래서 벌였던 지구촌 잔치는 단군 이래 최초로 우리가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 순간이었다. 지금 보면 많은 부분 촌스럽고 어설프지만, 그 시절 우리에겐 모든 게 최첨단이자 자랑스런 긍지였다. 도시 구석구석을 쓸고 닦아가며 전세계 손님을 환대했던 우리는, 참 신났다. 그때 그 시절, 이제는 국사 교과서 현대사 페이지에서나 볼 수 있는 88 서울올림픽을 인터넷 VOD로 전경기를 볼 수 있다. 당시 올림픽 명장면을 간직하겠다고 ‘최신형’ 녹화기능 비디오기기를 산 가정 중에 녹화테이프를 간직하고 있는 집이 얼마나 될까. 방법은 간단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홈페이지(www.sosfo.or.kr)에 들어가 중앙 가운데 갈색 글씨로 된 ‘서울올림픽 VOD서비스’만 클릭하면 된다. 입맛에 맞게 골라 경기를 감상하면 그만이다. 종목별로, 국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우리가 메달을 딴 종목은 별도로 분류돼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별다른 홍보가 없던 탓에 아직까지 이 곳을 알고 찾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벌써 입소문이 퍼져 그 때 그 장면을 ‘감격스럽게’ 봤다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글발 있는’ 스포츠 매니아들이 드나들기로 유명한 인터넷사이트 ‘후추닷컴’에서는 블라디 디박, 토니 쿠코치의 유고슬라비아와 이충희, 허재의 한국이 맞붙은 농구경기가 새삼스레 회자될 정도다. 벤 존슨과 칼 루이스의 육상 남자 100m 세기의 대결도, 유남규와 김기택이 벌였던 탁구 결승전도, 한국의 올림픽 구기종목 첫 금메달의 영광을 안은 여자핸드볼 경기도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금메달을 휩쓸었던 양궁 경기는 자료 유실로 볼 수 없다. 사이트를 관리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자료실의 강나미씨는 “자료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서울올림픽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 동안 경기장면은 VHS 비디오테이프로만 관리돼 왔다. 때문에 훼손이 우려돼 자료의 적극적인 활용을 오히려 꺼려온 채 보존에만 급급할 수 밖에 없었다. 기자가 추천하는 명경기는 남자 마라톤. 사이클 도로경기와 함께 올림픽에서 경기장 밖에서 시합을 벌이는 ‘유이(有二)한’ 종목이다. 한강변을 따라 달리는 선수들의 뒤에는 이제는 웃음마저 나는 촌스러운 스타일의 시민들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선수들을 격려한다. 서울이 자랑했던 ‘최첨단 초고층’ 63빌딩을 비롯한 ‘때 빼고 광 낸’ 건물들과 시대를 읽을 수 있는 각종 광고판이 어우러져 88년 분위기를 한껏 낸다.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라지만, 그 시절 우리는 참 신명났나 보다. ■88올림픽 진기록들
- 性구분 없는 승마 마장마술 여자선수 금·은·동 싹쓸이
- 루딩, 사이클·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동·하계 메달리스트
- 세계신 35회 경신 부브카 악연 극복 올림픽서 첫 메달
88 서울올림픽이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만큼이나 올림픽역사, 아니 스포츠사 자체에 남긴 자취도 결코 만만치 않다. 당시 국민들이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퍼레이드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서울올림픽에서 세워진 각종 진기록들은 잊혀지거나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쓴 그 당시 자료를 들춰 보면 미처 몰랐던 재밌고 진기한 기록들이 넘쳐 난다. ▦금ㆍ은ㆍ동 휩쓴 여자 기수들=승마는 올림픽의 모든 종목을 통틀어 남녀가 성별 구분 없이 함께 경쟁하는 유일한 종목이다. 88올림픽 승마 개인 마장마술 부문에서는 올림픽 승마 역사상 최초로 여자가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한다. 당시 금메달리스트는 서독의 니콜 업호프 선수. ▦스케이터, 사이클을 접수하다=88올림픽 사이클 여자 스프린터 은메달리스트 크리스타 루딩-로덴버거(서독)의 주종목은 스피드스케이팅. 84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였던 그는 88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도 같은 종목 500m 은메달, 1,000m 금메달을 일궈낸다. 이로써 그녀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같은 해 동ㆍ하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로 기록된다. 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이후 동ㆍ하계 올림픽이 2년 간격으로 다른 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길이 남을 진정한 스포츠 멀티 플레이어. ▦부브카, 하늘을 날다=육상의 모든 부문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남자 장대높이뛰기 선수 세르게이 부브카(소련)는 88올림픽에서 5m90cm라는, 그로서는 ‘평범한’ 기록으로 ‘가볍게’ 금메달을 딴다. 놀라운 사실은 88올림픽 금메달이 그의 선수 인생에서 유일한 올림픽 메달이라는 것. 여섯 번이나 세계선수권대회를 재패하며 세계신기록을 무려 35번 갈아치웠던 ‘인간새’였지만 유독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84 LA올림픽에선 소련의 불참으로, 92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96 애틀랜타 올림픽,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모두 부상으로 예선에서 탈락하거나 기권한다. 그가 94년 세운 6m14cm라는 세계신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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