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한국형 명품 브랜드 만들려면

최윤정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

몇백만,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옷ㆍ가방ㆍ액세서리에 이어 이제는 명품 휴지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비싼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사치스럽다고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루이비통 핸드백, 버버리 트렌치코트에 열광한다. 100원을 아끼기 위해 전단지를 보고 행사시간 맞춰 할인점에 가는 사람들도 루이비통의 가방을 사고 페라가모의 구두에는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왜일까. 해외 명품 브랜드들에는 국내 브랜드와는 다른 어떤 신비한 마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미국 컨설팅업체 민텔사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명품 브랜드가 형성하는 시장은 지난 2004년 기준 약 639억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프리스티지마켓으로 분류되는 명품시장은 해마다 10% 이상의 착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성장 가능성 있는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브랜드를 꼽아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일반적인 명품 분류 기준에는 브랜드의 명성ㆍ디자이너ㆍ컬렉션ㆍ유통망 등이 있다. 이중 명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부분은 바로 브랜드만의 명성이다. 이것은 무형적인 자산으로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이 쌓여 만들어지는 특징을 지닌다. 국내 브랜드들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이 명성에 있다. 버버리의 트렌치 코트는 비를 막아주는 개버딘의 실용성 때문에 1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을 받는 것이 아니다. 창립자 토마스 버버리의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과 관찰력으로 만들어진 섬세한 디테일, 감각적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찬사와 애정이 만들어낸 전통과 명성이 바로 오늘날의 버버리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패션 브랜드들도 유행에 휩쓸리기보다는 브랜드 고유의 철학을 발견하고 확립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적인 디자인을 세계에 알린 디자이너 앙드레 김, 이영희 선생처럼 우리가 세계에 우리 것을 알리고 명성을 쌓아갈 요소는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 있는 전략과 노력에 있다. 명품은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제품과 사람에 대한 열정으로 만들어진 명성과 이에 걸맞은 마케팅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장인정신의 결정체이다. 뭐든 빨리빨리 조급하게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단기간의 결과에 급급해서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몇십년, 몇백년을 이어가며 한국을 알릴 한국형 명품 브랜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깊이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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