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후변화의 경제학](2부-10)끝. 정부·기업 이렇게 대처하자

정부 청사진 제시, 기업 불확실성 줄여줘야<br>부처별로 분산된 조직 통·폐합 서두르고<br>'한국 특수성' 이해시킬 협상력 제고 필요<br>기업도 기후변화체제 맞춰 조직 바꾸고<br>R&D투자 늘려 이익·성장 동시 추구를

"기후변화 관심 이 정도는 돼야" … 기업 홍보관의 지구 전경, 독일 바이엘 홍보관에 걸린 지구 전경. 본사 내에 마련된 홍보관은 마치 유엔의 기후변화전시관으로 착각할 정도로 기후변화 관련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레버쿠젠(독일)=이종배기자


#사례 1 영국은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을 법으로 강제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법이 그것. 오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60%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행하지 못한 기업을 정부가 법원에 제소할 수 있게 하고 현재 감축 대상에서 빠진 은행ㆍ병원 등에 대해서도 캡(감축한도)을 설정하는 등의 강력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런던 정부청사에서 만난 존 크리스토퍼 영국 환경청 지구온난화팀 담당자는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입법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확실하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사례 2 바스프ㆍ바이엘ㆍBP 등 기후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을 방문 취재한 결과 공통점은 지구온난화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조직도 기후변화 경영체제로 개편했고 이에 맞춰 총괄기구인 ‘지속가능센터(팀)’를 신설했다. ‘British Petroleum’이 원래 회사명인 BP는 회사 모토를 ‘석유를 뛰어넘어(Beyond Petroleum)’로 정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표방했다. BP 본사에서 만난 크리스 모터스헤드 기후변화 어드바이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 더 이익을 낼 수 있다“며 “(BP는) 온실가스 감축 등에 따른 이익이 총순이익의 약 2~3% 정도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보다 앞서 기후변화대응 시스템을 가동한 선진국. 취재기간 중 만난 이들 나라의 정부ㆍ기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 성장의 조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선진기업들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신분야 투자로 이익향상과 지속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정부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면에는 저탄소 경제시대에 리더로 자리잡겠다는 ‘기후변화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 산만한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 정비하라=우리나라가 탄소배출량 강제감축 대상국이 되는 포스트 2013에 맞춰 정부도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내년부터 온실가스 강제할당(캡 앤 트레이드)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관련된 탄소배출권 시장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업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H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확한 스탠스가 뭔지 모르겠다“며 “현재 자체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방향과 일정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기후변화 관련 대응이 각 부처로 나뉘어 한목소리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지구온난화 대응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구체적인 감축목표ㆍ감축일정 등 행동계획에 대한 결정을 미룬 채 ‘기업들이 알아서 다가오는 위기에 대응해달라’는 식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 역시 ‘정부가 뭔가 하라고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부처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문제다. 기후변화 협상은 외교통상부, 대책총괄은 국무조정실, 바이오디젤은 산업자원부, 바이오메탄은 농림부, 자동차 연비는 건설교통부, 대기오염물질 관리는 환경부, 해수면 관리는 해양수산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보니 부처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크리스토퍼 담당자는 “정부는 기업들이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부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또 영국 등 외국에서는 1~3개 부처가 이를 담당할 뿐 우리처럼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 시스템 정비와 더불어 기후변화 관련 국제회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논리개발도 필수다. 노동운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영국 등 전통 선진국처럼 선진국으로서의 지위와 혜택을 오랜 기간 동안 누려오지 못했다. 더욱이 우리는 당장 브라질ㆍ인도ㆍ중국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며 “이 같은 우리의 입장을 논리로 집중 개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우리 실정에 맞는 감축수준을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기후변화 조직 시스템 갖춰라=BPㆍGEㆍ바스프ㆍ바이엘ㆍ골드만삭스 등 기후변화에 대응해 이익과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숨은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기후변화를 위기로 보지 않다는 점이다. 바이엘사의 ‘환경과 지속가능경영팀’ 부사장인 맨프레드 마스먼 박사는 “(바이엘은) 기후변화를 피하지 않고 그것이 곧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회의나 의심을 가지면 대응할 수 없다”고 우리 기업에 충고했다. 둘째는 기후변화에 맞춘 조직개편이다. 선진기업들은 기후변화을 전담하는 지속가능경영팀을 신설해 이곳에서 신사업 발굴, 온실가스 통계 관리, 인력양성, 감축능력 분석, 리스크 관리 등을 총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5년 전부터 전담팀을 운영하는 바스프는 큰 효과를 거뒀다. 바스프 지속가능센터 총책임자인 로터 마인저 박사는 “(이 같은 활동 덕에) 전세계 공장 사용 전력의 75%를 감당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미래의 큰 시장이다. 이를 위해 일년 연구비의 3분의1가량을 이 부문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대기업의 경우도 사회공헌팀 내 몇 명이 기후변화를 담당하고 온실가스 배출 통계를 구축하는 기업도 30~40여개밖에 되지 않는다. 박영우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담부서 설치 등으로 연구개발(R&D) 등 관련업무를 총괄 관리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대통령, 회사 최고경영자(CEO) 등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탄소 경제를 이끌 기후변화 리더십은 국가 경영자나 CEO 등의 인식전환이 출발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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