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상금왕 후보 황인춘과 김형성, "우리는 라이벌이자 동반자"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우리는 라이벌을 ‘같은 분야에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적수’라고 정의한다. 올 상반기 KPGA 투어에서는 흥미로운 라이벌 대결이 벌어졌다. 최고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황인춘-김형성의 대결 구도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6월말, 상반기 마지막 대회였던 몽베르오픈 2라운드를 마치고 난 김형성의 첫 마디는 “인춘이 형은 얼마나 치고 있어요?”였다. 잠시 후 플레이를 끝낸 황인춘 역시 “형성이는 얼마나 쳤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던졌다. 가장 친한 동료이자 라이벌로 경쟁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두 달여의 휴식기에 들어간 7월 초, 코리안 투어의 정상에 서있는 두 사람은 대회가 진행되는 시즌 중만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김형성은 “상반기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한 덕분에 대회가 끝나고도 인터뷰와 행사 등이 이어져 하루도 쉬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바쁜 스케줄은 황인춘 역시 마찬가지. 상금랭킹 1위로 상반기를 마무리한 그는 “8월 초에 참가하는 아시안 투어 대회에 대비해 형성이와 같이 가는 중국 전지훈련 일정까지 잡혀 있어 당분간은 쉴 틈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두 경쟁자는 대회 일정이 없는 휴식기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불과 570여만 원 차이로 상금왕을 놓고 경쟁하는 두 사람이지만 투어에서 가장 친한 선후배로 서로를 꼽는다. 두 사람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닮은 구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의 젊은 선수들과 달리 주니어 선수 시절을 거치지 않고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한 것도 비슷하고, 투어 데뷔도 비슷하다. 탄탄한 기량을 바탕으로 나란히 올해 2승씩을 가져간 통산 성적도 닮아 있고, 둘 다 명문으로 꼽히는 제2금융권의 상호저축은행에 소속된 점도 흡사하다. 여러모로 닮은꼴의 라이벌이 해외 전지훈련도 함께 갈 정도로 친근하다는 사실은 놀랍지만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 때론 친구처럼, 때론 형제처럼 김형성은 “우리는 나이 차가 6살이나 나지만 투어 데뷔도 비슷하고 우연찮게 같이 할 기회가 많아 자연스럽게 친해진 사이”라고 말한다. 황인춘 역시 “나이는 어린 동생이지만 어떤 때는 친구처럼, 어떤 때는 친형제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며 둘의 우정을 과시한다. 3년째 접어든 두 사람의 인연에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도 차곡차곡 쌓여있다. 투어에 입문했을 무렵부터 시작한 김형성의 연애에 가장 큰 조언자는 황인춘이었다. 김형성은 “연애 초기에 여자친구를 만날 시간이 별로 없어 전화통화를 많이 했었는데 형이 연애 초반에 너무 전화를 많이 하면 안 좋다고 충고를 했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니 나보다 형이 형수님과 더 오래 통화를 하고 있더라”며 웃는다. 황인춘도 이에 질세라 “내가 해보니 초반부터 통화를 너무 많이 하면 안 좋더라는 의미에서 조언을 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렇듯 서로의 사적인 부분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두 사람은 골프에 있어서도 좋은 동반자이다. 부드러운 스윙을 구사하는 김형성과 정확하고 파워 넘치는 샷을 구사하는 황인춘은 서로의 스윙을 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황인춘은 “형성이는 쇼트게임에 강하다”며 “웃는 얼굴로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은 후배지만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형성은 “형의 드라이버샷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 단연 으뜸”이라며 “자세도 좋고, 비거리도 많이 나는데다 정확하기까지 한 형의 드라이버는 부러울 따름”이라고 추켜세운다. ■ 함께라서 더 즐거운 라이벌 우승컵을 놓고 맞붙을 때면 상대방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 플레이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두 사람은 함께 하는 경기가 가장 즐겁다고 입을 모은다. 김형성은 “대회에서 형과 함께 라운드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마음이 편해서인지 성적도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에 황인춘은 “내가 약간 소심한 성격이라 다른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데 서글서글한 성격의 형성이와는 쉽게 친해졌다”며 “덕분에 형성이와 함께 플레이 하면 승부를 떠나 즐거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함께하면 즐겁다는 두 사람이지만 승부에 있어서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없어 보인다. 라운드를 마치고 가장 먼저 서로의 성적을 확인하는 두 사람인 만큼 서로를 의식하며 더욱 분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두 사람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금호아시아나오픈에서는 황인춘이 1타 차로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황인춘은 “마지막 홀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대회였다”며 “형성이가 우승했더라도 기뻤겠지만 내가 우승해 더 기뻤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형성은 “가장 큰 메이저 대회라 할 수 있는 한국오픈을 비롯해 큰 상금이 걸려있는 대회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더 열심히 경기에 임할 것이다. 한국오픈에서는 내가 우승하고 형이 2위하면 되겠다”고 받아쳤다. ■ 더 큰 무대를 향해 도전할 두 라이벌 국내에서 정상의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다투는 두 사람의 목표는 코리안 투어의 정상을 밟는 것과 큰 무대에 도전하는 것이다. 황인춘은 “올해 상금왕을 목표로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시안 투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장차 큰 무대에 도전하는 밑바탕을 마련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형성 역시 “SK텔레콤오픈에서 최경주 선배와 동반 플레이하며 대단한 카리스마를 느꼈다”며 “외국 대회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도전의 목표를 갖게 됐고, 머지않아 꿈을 위한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근소한 차로 상반기를 마무리한 두 경쟁자는 하반기 선전을 다짐했다. 상반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다크호스들의 막강한 도전이 예상되지만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최상의 기량을 과시할 두 사람의 상금왕 경쟁은 여전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때로는 경쟁자로, 때로는 동반자로 함께하는 두 라이벌은 올 하반기 KPGA 투어 무대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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