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마저 돈 굴릴 데가 없다면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올리기 시작함으로써 저축의욕을 떨어뜨리고 가계의 금융부담을 증대시키는 등 새로운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을 비롯해 제일은행 등이 예금금리를 0.1%포인트 내린데 이어 조흥은행은 주택담보 대출금리를 인상키로 했다. 국민은행이 차등금리를 적용키로 함으로써 사실상 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다. 나머지 은행들도 조만간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올리는 이 같은 분위기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결국 예대마진이 커지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이러한 예대금리 조정은 크게 보아 돈 굴릴 데가 없는 상황에서 빚어진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먼저 예금금리 인하는 그동안 은행들이 주력해 왔던 가계 대출 억제책으로 인해 넘치는 돈을 마땅히 굴릴 데가 없어짐에 따라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라 할수 있다. 자금의 최대 수요자인 기업들이 수십조원의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그동안 주로 부동산 담보 대출과 가계 대출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저금리에 편승한 과도한 가계 대출은 부동산투기 바람을 부채질하고 과소비 조장과 연체율 증가등에 따른 대출리스크 증대등 새로운 문제를 낳기 시작하면서 정부는 가계 대출 억제에 나서게 됐다. 결과적으로 기업 대출도 안되고 가계 대출도 어려워지면서 은행의 자금 중개기능이 심각한 딜레머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은행들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선 예금금리의 추가인하는 실질금리 수준을 더욱 떨어뜨려 저축률 하락을 더욱 부채질 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바람이 일고 소비성향이 높아진 가장 큰 원인도 저금리 기조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실질금리 기준으로 1%수준에 불과한 예금 금리가 더욱 낮아지는 것은 저축에 대한 인센티브를 없애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가계 대출 수요 억제가 정책으로 불가피한 경우 가계 대출에 대한 금리를 다소 인상하거나 차등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검토해 볼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은행들조차 돈 굴릴 데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최대 자금 수요자인 기업들이 은행돈을 쓰지 않는다는데 있다. 부채비율 규제와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부진이 은행의 건전한 자금중개 기능을 가로막고 있어 저축을 저해하고 대출금리는 높아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굴릴수 있도록 자금흐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 투명성 확보와 미래 핵심역량 사업 개발에 대한 다각적인 정책지원이 요구된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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