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에너지 신 냉전시대] "호주 유연탄 확보" 한중일 자원대전

일, 가장많은 89개 광구 보유

중, 지분 통째로 매입 맹추격

후발주자 한국은 '선택·집중'


반도체·스마트폰은 물론 조선·플랜트·백색가전까지 한국과 중국·일본은 세계 곳곳에서 맞붙고 있다. 기술력 격차도 줄어 가격과 품질을 무기로 3국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3국의 경쟁은 자원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연탄 시장을 놓고 호주에서 3개국 기업들은 양보 없는 대전을 이어갔다. 호주는 세계 4위의 유연탄 매장량을 갖고 있고 연간 2억8,500만톤을 수출해 전세계 수출물량의 24.9%를 차지한다. 유연탄 소비가 특히 많은 한국과 중국·일본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한중일 기업들은 서로 다른 전략으로 '승리의 방정식'을 쓰고 있었다.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호주 시장에 뛰어든 일본은 지분참여 방식으로 가장 많은 광구를 확보했다. 한발 늦은 중국은 광구를 통째로 매입해 일본을 추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본이나 물량 공세에서 상대적으로 뒤진 한국은 선택과 집중 방식을 통해 광구를 하나씩 확보해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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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자원시장 곳곳을 헤집고 다니는 일본은 호주에서도 유연탄 광산 89개를 갖고 있다. 지분참여제 방식이 주를 이룬다. 직접개발은 부담이 따른 만큼 일단 지분제로 참여한 뒤 조금씩 지분을 늘려가거나 아예 통째로 사는 식이다. 지분이 있는 89개 광구 가운데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곳은 8곳에 불과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기업들이 갖고 있는 광구 대부분이 생산단계에 진입해 있다는 사실이다. 김제현 한국전력 호주법인장은 "일본은 호주 시장 진출이 그만큼 빨랐고 유연탄 가격 하락으로 매물로 나온 광구를 매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이 갖고 있는 89개 광구 가운데 유연탄을 생산하고 있는 광구는 78개에 달한다. 호주에서 생산기준으로 일본은 미쓰비시·이덴미쓰 등 2개 기업이 상위 10위 안에 포함돼 있다.

중국은 일본과 전략이 다르다. 정부의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아서인지 단독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상대적으로 많다. 광구를 통으로 또는 50% 이상의 지분을 매입한다는 얘기다. 중국 기업들은 19개 광구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 100%를 소유한 광구가 3곳, 50% 이상이 6곳이다. 특히 얀콜은 7개 광구 모두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을 정도로 호주 시장에서는 큰손이다. 중국은 다만 진출이 늦어 생산광구는 9개에 불과하고 아직 탐사단계에 있는 광구가 10곳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호주에서 모두 3개의 유연탄 광구를 갖고 있었다. 한전이 보유한 광구로 △와이옹(10.0% 보유) △베이스워터(5.0%) △뱅갈라(7.5%) 등이다. 1993~1995년에 지분을 매입해 자원개발 역사를 쓰고 있었지만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광구 모두를 팔았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역사에서 외환위기는 아픈 기억인데 한전이 거의 원가에 매각한 광구 3곳은 지금은 가치가 몇 배나 뛰어올라 있다. 뱅갈라 광구의 경우 가치가 12배나 상승한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당시 외화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전이 그뒤 다시 진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후발주자이지만 한전 등 국내 기업들은 모두 14개의 광구를 갖고 있다. 초기에는 소수지분 투자로 광구개발에 참여한 뒤 확대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유지분이 10% 미만인 곳이 13곳에 이른다. 하지만 한전 바이롱 광산과 포스코의 흄은 단독 사업(100% 지분 보유)이다. 두 곳 모두 탐사 중이어서 생산단계에 접어들 경우 한국 자원개발역사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지분투자가 많지만 한국 기업이 보유한 광구 대부분은 생산단계(10개 광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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