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업이나 펀드의 공격으로부터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외국계에 맞설 수 있는 사모투자펀드(PEF) 등의 '토종 대항마'를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은 3일 증권업협회에서 열린 국회 금융정책연구회세미나에서 'M&A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현재 국내 M&A 시장에서 외국계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방어 수단의 부족보다는 공격 차원에서 외국계와 경쟁할 수 있는 M&A 주체가미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칼 아이칸이 KT&G를 쉽게 보고 공격하는 것은 한편으로 기업의 수비력을 가볍게 본 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격 차원에서 경쟁자(competing bidder)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국가기간산업의 경우에는 자의적으로 확대 지정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외국기업의 인수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유로운 M&A가 가능하도록 유도해야한다"며 "증권거래법과 같이 시장의 원리가 중시되는 법률에 외국인을 차별하는 등의 M&A를 저해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독약처방이나 차등의결권, 황금낙하산, 의무공개매수 등의 M&A 방어수단들은 자칫 비효율적인 경영진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제도로 악용돼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근거로 한 합리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구분해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또 주식매수청구권제도와 관련 "M&A의 적정성과 타당성에 관계 없이 시장 가격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바람에 긍정적인 M&A조차 실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전제한 뒤 "매수가격을 정할 때 시장 가격 외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도 함께 고려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김용환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을 비롯해 김화진율촌 법무법인 미국변호사,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정영태 상장회사협의회 전무, 정유신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 등이 패널로 참가해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