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지난 88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약속이 깨진 시점은 노 전 대통령이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퇴임한 93년 2월 24일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로써 예산회계법상 국가배상 소멸 시효인 5년이 지난 98년 2월 이후에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던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배기원 대법관)는 삼청교육대 피해자 강모(46)씨가 “노태우 전대통령이 보상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88년 11월 노태우 대통령 담화는 그 경위와 취지 등을 볼 때 대통령의 시정 방침일 뿐 후임 대통령이 승계할 법적 의무는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이 보상관련 정부 법률안 등 담화에 따른 후속조치 없이 퇴임한 시점에 약속이 깨졌다고 보고 그 때부터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보상관련 법률안이 발의돼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직자 회의에서 보상입법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있었더라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지난 80년 11월 대구 중부경찰서에 삼청교육 대상자로 연행돼 삼청교육을 수료한 뒤 청송감호소에서 복역하다가 82년 11월 출소했으며 2001년 9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