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북아 물류허브, 그 가능성과 전략

"중국은 미친듯 달리는데 우리는 '삼보일배'"

새해를 맞아 황해 선상에서 열린 정담에 참여한 토론자들과 선장이 지난해 12월23일 새벽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천발 칭다오 행 뉴 골든브릿지호 선상=이호재기자

이종순사장
中정부 개발노력 상상초월 우리는 강한 정책의지 부족 물류가 도시발전에 큰 공헌
전일수 원장
물류산업 시작 먼저 했지만 경쟁국에 기회 빼앗기기도…비전 실현위한 추진력 절실
강종희 연구위원
허브 요건등 가능성은 충분…항만 투자, 수익에 급급말고 인천공항 처럼 적극 나서야
최근 중국 상하이가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항을 목표로 건설 중인 양산항 1단계 부두를 정식 개장하는 등 동북아 물류 거점을 선점하기 위한 주변국들의 노력이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물류기업들도 자사의 물류허브를 중국에 짓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우리가 국가적 어젠다로 설정한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전략은 위기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이에 본지는 국내 물류 전문가들을 초청, 중국 청도로 출항하는 카페리호 ‘GOLDEN BRIDGE V’ 선상에서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전략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일수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장, 강종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이종순 위동항운 사장이 정담에 참여했다. ▦전일수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사회) = 동북아 물류 중심지 논의는 참여정부의 중심 국정 어젠다임에도 정부의 우선순위에 있어 과연 초심과 같이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 시점에서 왜 우리는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돼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또 물류허브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외국인 투자유치, 경제자유구역 발전, 항만서비스 수준 향상 등 우리에게 남은 과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강종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 ‘물류 중심화’라는 말은 김대중 정부 들어서 100대 과제로 선정된 이후 동북아시대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개념이 매우 넓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개념은 여전히 화물에 초점을 맞춘 협의적 개념으로 추진돼 온 게 사실입니다. 특히 화물에서 ‘정보’와 ‘사람’으로 확대되는 물류 개념이 아직까지 확실히 정립돼 있지 않고 있습니다. 물류 중심화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전 원장 = 지난 7월 세계 최대의 항공화물 운송업체인 UPS와 페덱스(FedEx)가 잇따라 자사의 아시아 물류 허브를 중국에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으로 동북아 물류허브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과연 한국이 허브로써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는지요. ▦강 위원 =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학자들이 언급을 했습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나 기타 요건을 볼 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종순 위동항운사장 = 지난 15년간 중국의 경제발전을 현장에서 접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과연 우리가 동북아 물류 허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듭니다. 지정학적으로나 화물의 환적, 배후 요건 등을 봤을 때 한국은 축의 중심으로서 허브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령 항비가 일본보다 저렴하고 물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국내 항만 인프라, 투자요건의 조성 여부 등을 보면 중국 푸동 지역 등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부두 발전 등을 목격한 저로서는 우리의 정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 원장 = 중국은 일단 목표를 설정하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나아가고 있음에도 우리는 ‘삼보일배(三步一拜)’로 걷고 있어 본래 설정한 목표 달성에 대해 회의가 드는 게 사실입니다. 허브 가능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중요한 건 추진력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장 = 경제발전을 위한 중국 중앙정부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정부의 방침과 지시가 현장에서 실현되는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양싼(洋山)항 개발이나 연륙교 32km 건설, 항저우(杭州) 전자단지 조성이 불과 3년 만에 이뤄져 LCD 기지화하는 모습이 그 예입니다. 우리는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중국에 비해 상당히 부족합니다. ▦전 원장 = 일례로 우리는 부산 신항을 지난 95년 처음 개발을 시작해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아직 개장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먼저 하고 선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사장 = 외자유치만 보더라도 중국은 촌장 단위까지 한국을 방문해서 열성적으로 외자 유치에 참여합니다. 기업유치의 경우 중국 내 기업이 들어오면 이익이 나는 해를 기준으로 3년간 세금을 면제해주고 이후 2년 동안 세금의 절반을 감면해줍니다. 실제 위동항운도 이러한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드라이브를 우리 정부가 따라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전 원장 = 물류산업에 대한 정부의 시각도 짚어봐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매년 100억불 이상의 외자가 들어오는데 이 중 80%가 제조업에 투자됩니다. 이는 싱가포르의 세련되고 발달된 물류서비스를 통해 전세계 시장으로의 접근성이 확보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물류 허브 전략 역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필수 기반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강 위원 =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물류 허브를 이야기할 때 항상 항만 주위에서 일어나는 몇몇 산업만 생각하는 게 문제입니다. 물류산업은 크게 창고 보관업, 검수업에서 도선업, 보험, 선박펀드, 항만물류 정보산업 등을 포괄하는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물류산업이 발전하면 그 자체로도 국민경제를 상당히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물류산업을 반드시 제조업을 위한 부대산업 정도로 보지 말고 독립적인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전 원장 = 싱가포르 통계를 보니 물류산업이 GDP에 미치는 직접적 효과가 17%에 달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제조업 경쟁력 향상 등에 미치는 요소를 모두 감안하면 실제로는 50%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 사장 = 중국 웨이하이(威海)항의 경우 15년 전 인구 20만명의 소규모 어촌에 불과했지만 위동항운의 카페리 항로가 개설되면서 불과 5년만에 인구가 200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화물 뿐만 아니라 물류와 관련된 모든 부대사업이 총체적으로 한 도시를 발전시키는 데 공헌했음을 현장에서 직접 느꼈습니다. ▦전 원장 = 요새 우리가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두바이의 경우 교통 요충지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중동의 물류 중심지로 형성됐습니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 본부가 몰려들고 실물경제가 활성화됐습니다. 이처럼 순차적으로 나가는 데 물류가 항상 선두주자 역할을 했습니다. 네덜란드, 싱가포르, 대만 등도 모두 이렇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물류센터가 다른 비즈니스 활동을 추가적으로 유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물류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게 전략적으로 가장 올바른 접근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강 위원 = 사실 우리의 물류 중심화가 성공하지 못하는 요인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물류 중심화가 지나치게 구호성에 그쳐 오히려 주변국의 많은 도전을 유발했습니다. 둘째, 주변국에 비해 우리의 항만시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셋째, 물류 중심화의 비전이나 개념이 서로 다르게 이해돼 통일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항만이나 공항에 중점을 둔 나머지 실질적으로 필요한 항공산업이나 해운산업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사장 = 첫 번째 지적과 관련 허브의 개념은 우리가 단독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중국, 일본과 상호 보완적 역할을 했을 때 허브의 구축이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강 위원 = 엉뚱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물류 중심지가 성공하려면 대단위 투자가 실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과거 철도산업이 모두 실패했는데 이로 인해 서부 개척이 가능했습니다. 매우 역설적이지만 사회간접투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부산신항의 경우 민자유치 때문에 사업이 계속 늦어졌습니다. 반면 인천공항은 초기 투자에서는 부정적 견해가 많았지만 지금 잘 되고 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정부가 물류 SOC 투자에 대해 수익에만 목을 메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전 원장 = 우리 여건상 투자자들에게 SOC 분야는 사실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아닙니다. 물류시설이 성공하려면 하드웨어 측면에서 ‘Capacity(시설처리 능력)’,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Capability(운영 효율성)’, ‘Connectivity(연결성)’ 등 ‘3C’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역시 정부가 ‘Capacity’ 의 증대를 위해 우선순위를 갖고 물류 SOC 분야를 추진해야 합니다. ▦강 위원 = 항만 시설투자에 대한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간 우리가 안고 있던 가장 큰 문제는 항만 노동문제였습니다. 항만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시점에서 우리가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이 바로 시설투자입니다. 항만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가 매우 부진합니다. 한국 허치슨터미널의 경우 물량만 들어오면 연간 1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까지 처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의 적정 항만 하역능력은 연간 30~40만TEU에 불과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물류허브도 만든다"
제조업비해 정부 지원 적고 규제 많아
화물외 카페리 노선도 더욱 확대해야
항만운영 선진화·자동화로 효율 극대화
'들어오는 물류서 내보내는 물류' 전환을
▦이 사장 = 하역 속도나 능력 면에서 부산의 경우 세계적으로 최하위라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내륙운송이 올스톱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선박들이 한국을 회피하고 항비는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는 생각입니다. 하드웨어 부분은 말할 것도 없지만 행정, 항만 서비스 개선, 자동화 문제 등이 총괄적으로 검토돼야 합니다. ▦전 원장 = 국가의 선진화와 함께 항만 운영도 선진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경우 그간 항만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에 일반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다 최근에야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에 비해 아직도 물류업은 정부의 지원이 적고 규제는 많습니다. 보세창고 주인의 경우 자신이 필요 인력을 직접 공급할 수 없고 항운노조원이 채용해야 합니다. 아직 물류 부분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사장 = 항만을 운영할 때 항만위원회의 민주적 경영방식이나 비즈니스 마인드도 중요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항만 정책을 보면 정치권 일부의 불합리한 이해관계 때문에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강 위원 = 우리 입장에서 동북아 물류 허브의 ‘아킬레스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해 양싼항 얘기도 거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장 = 제 느낌상 조금 희망적인 얘기를 하자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그간 수출입 물동량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자칫 상하이는 자국 화물만 취급하는 지역 항만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북미항로를 따질 때 다롄(大連)이나 톈진(天津)에서는 상하이보다 부산항으로 오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양싼항 개발도 중국이 물류허브 센터로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개발했겠지만 우리 부산항이 속도를 높여서 항비를 절감하고 능률을 제고하면 허브로 가는 길을 먼저 선점할 수도 있습니다. ▦강 위원 = 저 역시 같은 의견입니다. 해상항로의 길이만 생각해봐도 중국이 권력의 힘으로 양싼항에서 환적을 시키지 않는 한 부산항을 거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전 원장 = 말씀하신대로 중국은 물동량이 워낙 늘어나 시설을 좇는 데만 급급하고 자연적으로 불리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상하이 앞바다 32km를 다리로 연결시킨 ‘만리장성 정신’이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경제성 때문에 32km에 달하는 다리를 쉽게 못 지었을 겁니다. ▦이 사장 = 속단일지 모르겠지만 ‘잠재성’의 측면에서도 TSR(시베리아횡단철도) 등으로 연계만 된다면 비단 북미 지역 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도 동북아 물류 허브 전략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원장 = 이 문제도 고민해봐야 할 듯합니다. 현재 행정복합도시 등 지역적으로 상당히 많은 도시 개발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제자유구역도 지방 차원에서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전락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외국인 투자와 관련, 도시 물류허브 육성을 위해 경제자유구역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요. ▦강 위원 = 이 문제를 접할 때마다 항상 부딪히는 게 바로 정부의 생각입니다. 경제자유구역은 세계적인 경쟁입니다. 외국의 경제자유구역과 경쟁한다는 개념이 없이 무조건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보겠다는 ‘마이너스 수익’ 개념으로 임해야 하는데 여전히 ‘투자에 의한 성공’ 개념으로만 집착하고 있어 발상의 대대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 사장 = 실례들 들면 미국 앨라배마주도 한국 기업을 유치하면서 공장 부지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생산직 교육까지 시켜주고 있습니다. 반면 광양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전라남도지사와 구역청장의 시각이 ‘이 지역만을 발전시킨다’는 선입견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인천 송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업 단위의 자유경제구역을 이야기할 뿐 전체 국내 물류 허브로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 않습니다. ▦강 위원 = 좋은 지적입니다. 또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려면 전적으로 외국인에만 의지하면 안 됩니다. 내국인에 대해서도 완전 자유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인과 내국인간 차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가 부진하면 내국인 투자를 보다 유인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전 원장 = 실제 한국의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외국기업들 입장에서는 경제자유구역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에 대해서도 외국기업과 똑같이 대우해주면서 동등한 경쟁이 이뤄져야 경제자유구역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이 사장 = 중국은 합작의 형태로 내국인을 참여시켜 법률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전 원장 = 물류허브 구축을 위해 필요한 과제는 또 어떤 게 있을까요. ▦강 위원 = 우리의 추진전략부터 바꿔야 합니다. 일단 물류 중심화의 개념을 ‘들어오는’ 물류에서 ‘내보내는’ 물류 중심화로 전환해야 합니다. 외국의 화물을 유치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발한 생산을 통해 화물을 내보내는 식의 개념의 전환입니다. 뿐만 아니라 물류 ‘부가가치’의 극대화에도 중점을 둬야 합니다. 단순히 항만에 들어오면 환적화물만으로는 부가가치의 극대화가 불가능합니다. ▦전 원장 = 부가가치의 경우 콜럼비아에서 원두커피를 만들면 10g에 1~4센트 정도 듭니다.이를 맥심이나 맥스웰 등 커피회사들이 가공처리해 24센트나 35센트 정도에 팝니다. 이를 스타벅스는 우유만 약간 첨가해 3달러 이상으로 팝니다. 이렇게 가치를 창출하는 게 바로 물류센터입니다. ‘밸류 크리에이션’을 해야 세수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동북아 물류 허브가 가능합니다. ▦강 위원 = 400만TEU의 화물이 들어오는 것보다 400만명의 여객인원이 들어올 때 그 부가가치가 훨씬 커집니다. 이를 위해 카페리도 제도화하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이 사장 = 물류 중심에서 화물만을 강조하는데 지난 15년간 우리가 인천-중국 화객선을 운영하면서 기항하는 중국의 목적항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은 어마어마합니다. 반대로 인천시는 이러한 기여 부분을 전혀 인식하고 있지 못합니다. 물류 허브에 공헌한 것은 비단 화물 뿐만이 아니라 여객의 공헌도도 매우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전 원장 = 결국 비즈니스 중심지가 되려면 사람이 안 오면 안 됩니다. 얼마 전 외국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했는데 요즘 회사들은 가급적 해운과 항만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물류정책도 항공서비스와 해운서비스를 동시에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울러 연결성 측면에서 카페리 노선이 보다 확대돼야 물류 허브에 공헌할 수 있습니다. ▦강 위원 = 물류 중심화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항, 항만 중심에서 벗어나 물류산업 전체로 확대해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운송, 조선산업이나 기타 부대산업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종합물류산업’이 되면서 물류 중심화 자체의 외연이 확대되는 게 성공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입니다. ▦이 사장 = 근래 접하기로 현대자동차가 베이징에 자동차 라인을 설치하려 했는데 베이징 정부에서 허가 요건으로 엔진 개발기술을 알려달라고 했답니다. LG필립스LCD도 중국 항저우가 아닌 국내 파주에 LCD 공장을 설립합니다. 이는 고부가가치가 담겨있는 우리 기술의 유출 방지를 위해서도 물류 중심이 외부가 아닌 우리나라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류 중심지를 한국이 가져야 할 필연성입니다. ▦강 위원 = 좋은 지적입니다. 이게 바로 ‘내보내기’ 물류 중심화입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실제 외국에 절대 도크를 건설하지 않습니다. 현대중공업이 가진 세계적인 노하우를 지키기 위해 국내에만 야드를 지었던 겁니다. 이게 오늘날 한국의 조선산업을 세계 최강으로 만든 일등 공신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 국가가 이들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전 원장 = 중국에 진출했던 일본 기업들도 요즘 일본으로 다시 U턴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동북아 물류허브도 원천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돌아오게 되는군요. (모두 웃음) 이 사장과 강 위원의 일관된 지적처럼 동북아 물류 허브를 위해서는 정부의 리더십과 추진력, 그리고 물류 중심지 개념의 확립 및 전략의 획기적인 전환 등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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