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이 지난 2010년 11%를 넘어섰고 오는 2030년 24.3%(통계청 추계)로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다. 출산율은 감소하는 반면 평균수명이 길어진 탓이다.
인구 고령화는 건강보험에 많은 숙제를 던져준다. 고령자는 젊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은 건강 문제를 가지게 마련이다. 질병 구조가 변하면서 급성질환보다 고혈압ㆍ당뇨ㆍ암과 같은 만성질환이 급증하고 있는데 60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고혈압이고 다수의 성인병을 동시에 앓는 경우도 많다. 다른 한편으로 삶의 질에 대한 욕구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그냥 '아프지 않은 몸'이 아니라 '아름답고 젊은 몸'으로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더 많은 의료서비스가 더 높은 품질로 제공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더 많은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요구한다. 지난해 건강보험 지출은 37조3,000억원 규모인데 2030년에는 16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재정 확충해 보장성ㆍ서비스 강화
그런데 건강보험 재원조달은 한층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15~64세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노년부양비)가 2010년 15.2명에서 2030년 38.6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예측돼 지금보다 적은 수의 청장년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세대 간 갈등요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고령인구 의료비 지출 증가는 개인 차원에서는 평생 축적된 건강상의 위험이 나이가 들면서 드러나는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고연령계층에 건강위험이 불평등하게 더 많이 분포돼 있는 현상을 반영하는 결과다. 따라서 부담의 세대 간 불평등보다는 건강위험의 불평등을 치유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옳다.
사회 전체의 연대를 통해 종적ㆍ횡적으로 건강위험을 분산시키고 소득을 재분배하는 기능을 갖는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은 고령화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건강보험으로 예방ㆍ건강관리ㆍ질병치료를 충분하게 보장 받고 필요할 때 장기요양서비스도 충실하게 누릴 수 있어야 건강한 고령화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모든 국민을 포괄하는 건강보장체계를 세계 유례없이 단기간에 구축했다. 그러나 중병에 걸리면 가계가 휘청대는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에 안주할 수는 없다. 우리의 건강보험 보장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한참 낮다.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에 비춰 형편없는 수준이다. 보장성을 OECD 평균 정도로 높이려면 자원 투입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으므로 우선 착실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 확충을 위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국민들이 보험료를 골고루 공평하게 부담하도록 단일화된 부과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치료 일변도에서 탈피, 예방ㆍ만성질환 관리에도 가용자원을 배분해 보건체계의 효과성을 높이고 보장성 강화의 온기가 저소득 소외계층, 과중한 의료비로 고통 받는 재난성 의료비 부담환자들에게 미치도록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의료제도를 정비하고 의료공급체계도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개편, 불필요한 의료비 급증을 제어해야 한다.
의료체계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튼실한 준비와 착실한 계획으로 튼튼한 건강보험을 가꾸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구 선진국들이 백년씩 혹은 몇 십년씩 걸려 이룩한 성과를 하루아침에 이루는 건 무리다. 잘못하면 국민들이 피땀으로 부담한 재정이 허투루 낭비되거나 의료비 폭증에 따른 과부담으로 건강보험이 지속되기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5년 혹은 10년이 걸리더라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확실한 비전 아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며 느리지만 큰 걸음으로 다가올 고령화 사회에 튼튼하게 대비해가는 것이 순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