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산업정책 바뀌나" 촉각

부실기업 매각시 노조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관련 부처 협의가 열렸다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원 칙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17대 총선에서 민 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는 등 정치권의 변화가 정부의 산업정책을 흔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동안 부실기업 매각원칙은 두가지. ‘가능한 빨리 높은 가격에 판다’는 것이다. 29일 관련부처 협의는 매각원칙에 한 가지가 추가될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같은 값이면 종업원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것이다. 이 경 우 부실기업을 매각할 때마다 제기됐던 ‘외국기업에 헐값으로 넘겼다’는 비난도 넘어가는 부수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원칙적으로 부실기업 매각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정부의 입장이 ‘적극 조정’으로 선회한 배경과 그 파장에 모아지고 있다. 최대관심사는 누가 정책변화를 이끌었고 정부 내 공감대는 형성돼 있느냐는 점 이다. 발제는 민주노동당과 민노총이 ‘개혁적 매각 방식’을 발제하고 청 와대 정책기획위원회가 여기에 수긍하는 구도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실행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엇보다 관련 부처와 채권단의 반대가 심하다. 노조를 매각과정에 참여시킬 경우 매각작업이 복잡하게 진행 돼 결국 시간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채권단 등의 논리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재정경제부 고위당국자는 “금융회사 매각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부정적 의사를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 과반수를 점한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음에도 파장은 적지않을 전망이다. 노조의 참여확대 논의 자체가 자칫 구조조정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외신인도 하락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더욱이 대우종합기계 등 자산관리 공사에서 관리 중인 부실기업뿐 아니라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부실회사 전체에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시장의 구조조정 기능이 사라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외 우려에도 실제 논의는 깊숙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조의 참여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나올 정도다. 부실기업을 매각할 때 단순히 노조의참여를 보장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노조참여시 재원조달 방법까지 논의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원하는 방식은 ‘차입형 종업원 지주제’.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는 부실회사의 지분을 노조가 빌려서 인수하는 방식이다.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인수하는 LBO(Leverage By Out)방식과 비슷한 구도다. 이밖에 채권단의 지분 일부를 노조가 인수하거나 노조가 컨소시엄의 일부로 참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노조의 참여가 허용될 경우 1차 대상은 대우종합기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 부문 등을 안고 있어 외국사에 넘기기 어렵다는 여론이 조성돼 있는데다 노조의 경영 및 인수과정 참여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도 워낙 중 대한 사안이어서 당장은 결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논의를 거쳐 결정이 나려면 적어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에서 풀려나 업무에 복귀한 후가 될 전망이다. 특히 금융회사들의 경우 일반 기업체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권홍우기자 hongw@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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