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매출도 없는 초기 시장에 수십조 쏟아부어 "출혈경쟁도 불사"

블루오션은 없고 레드오션만 있다<br>태양전지 사업 등은 10년후에나 벌어질 구조조정 벌써 현실화<br>도입단계 LED 조명 1년새 반값으로 뚝 성숙기 현상 나타나<br>기업, 대안찾기 쉽잖아 마케팅 차별화·자금이 최종승자 가를 가능성




"블루오션으로 알고 들어왔는데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했습니다." A사의 한 임원은 최근 신사업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진출해야 하는데 막상 자본을 투자하다 보니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분명히 시장은 갓 형성되고 있는데 이미 수많은 업체들이 '혈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은 비단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삼성ㆍLGㆍ현대차ㆍ한화ㆍSK 등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초기 단계부터 거쳐야 할 생존경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장은 태동기, 경쟁은 이미 성숙기=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블루오션이 사라졌다. 이제는 블루오션으로 인정받는 유망 산업과 품목도 초기 단계부터 레드오션을 거쳐야 한다"며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는 애플의 스마트폰도 곧 삼성과 다른 업체들이 뒤따라 가면서 스마트폰의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태동기인 시장에서 성숙기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차세대 유망상품 가운데 하나인 전기자동차용 중대형 2차전지도 마찬가지다. 매출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시장은 미미한데 이미 전세계 업체들이 수십조원의 자금을 쏟아 부으며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태양전지는 워낙 초기라 자국 정부의 보조금 없이는 지탱하기 힘든 상황 인데도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시장 쇠퇴기에서 볼 수 있는 구조조정이 나타나고 있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바이오제약을 놓고 벌이는 싸움도 만만치 않다. 삼성ㆍLGㆍ한화ㆍSK뿐 아니라 이름께나 알려진 해외 기업들도 10년 뒤 벌어질 전쟁에 벌써부터 나서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내놔도 제값을 받을 수 있겠냐"며 "시장은 형성되고 있고 유망산업임은 분명한데 벌써부터 레드오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LED 시장 역시 현재 도입 단계이지만 성숙기에서나 볼 수 있는 레드오션이 펼쳐지고 있다. LED 조명 값이 1년 새 절반 이상 뚝 떨어졌고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만 GEㆍ필립스ㆍ삼성ㆍLG 등 거대 기업이 맞붙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 TV는 3D TV조차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가운데 이미 업체마다 수조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유망사업에 많은 업체들이 몰리면서 버블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의 시각은 다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버블이 아니다.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버블을 초래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보 홍수와 기업의 글로벌화 등을 통해 블루오션을 찾는 게 우리뿐만이 아니어서 모든 국내외 기업들이 서로 같은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미래 유망 사업은 이미 시장에 알려졌고 이렇다 보니 시장 초기부터 과열경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기업들이 다른 대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LG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똑같은 시장을 놓고 출발선상에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블루오션을 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레드오션, 최종 승자는 누구=미개척 시장에 진입했다 해도 초기 단계부터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다 보니 시장 첫 진출에 따른 이익도 보장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첫 단계부터 펼쳐지는 레드오션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신시장을 놓고 벌이는 레드오션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20~30년간 지속될 수 있고 결국 이 과정에서 승기를 잡아야만 그나마 투자 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삼성과 LGㆍSK 등 3대 그룹만 하더라도 비슷한 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이 무려 60조원을 넘는다. 국내외 시장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유망 사업의 레드오션에서 자칫 탈락할 경우에는 적지 않은 치명타도 불가피한 상황. 그렇다 보니 기업들은 뻔히 레드오션인 줄 알면서도 더욱 자금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결국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길 차별화된 전략과 마케팅, 그리고 초반부터 장기간에 걸쳐 펼쳐질 레드오션에서 이길 자본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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