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승부 걸겠다.’ GS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가 수출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부터 생산 제품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면서 이미 ‘내수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GS칼텍스는 앞으로 중질유분해시설 등 고도화설비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 국제 시장을 이끌어가는 정유사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다 해외 자원개발과 중국 내 주유소 사업 등 해외사업을 적극 확충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할 방침이다. ◇이제는 수출기업= GS칼텍스는 지난해 매출 21조4,683억원에 영업이익 1조87억원, 당기순이익 6,320억원의 눈부신 실적을 올렸다. GS칼텍스 경영성적과 관련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수출 비중. GS칼텍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51.3%인 11조215억원을 수출을 통해 달성했다. GS칼텍스는 올해 수출목표를 200억달러로 잡고 있다. GS가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것은 국제시장의 흐름을 읽고 발빠르게 대응해 온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국제 시장이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경질유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오래 전부터 중질유분해시설을 꾸준히 확충해 왔다. 중질유분해시설은 원유보다도 20~40달러씩 싸게 거래되는 벙커C유를 분해해 휘발유, 나프타, 경유, 등유 등 고부가 경질유종을 생산하는 설비로, 이른바 ‘지상의 유전’이라고 불린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완공한 제2중질유분해시설이 안정적으로 상업가동하면서 고부가 경질유종의 수출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수출 지역도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ㆍ태평양 지역과 러시아, 북남미 지역 등 세계 20개국으로 늘어났다. 정유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GS칼텍스는 연산 120만톤의 파라자일렌(PX) 생산시설을 비롯한 연산 총 280만톤 규모의 방향족(BTXㆍ 벤젠ㆍ톨루엔ㆍ자일렌) 생산설비를 여수 공장에 갖추고 있다. 이는 단일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생산 설비로, 여기서 나온 제품들은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는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중동 지역에만 9,000톤을 선적했다”면서 “윤활기유 뿐만 아니라 각종 윤활유 제품도 해외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는 계속된다= GS칼텍스는 고도화설비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GS가 갖고 있는 2기의 고도화설비 가운데 제1중질유분해시설은 지난 1995년 하루 7만배럴 규모로 준공한 뒤 꾸준한 공정개선을 통해 지금은 9만3,000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렸다. 탈황시설까지 겸한 제2중질유분해시설은 지난해 가을에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투자금액만 무려 1조5,000억원. 연인원 220만명이 공사에 참여해 하루 6만배럴 규모로 완공됐다. 이 장치는 현재 하루에만 수십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하루 11만3,000배럴 규모의 제3중질유분해시설 건설 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6월 착공에 들어갔다. 이 시설에는 오는 2010년까지 모두 2조9,400억원이 투자된다. 제3중질유분해시설은 수첨분해(하이드로크래커) 공정과 촉매분해(RFCC) 공정을 동시에 건설하는 국내 최대의 고도화 프로젝트이며 GS칼텍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투자 사업이다. GS칼텍스가 이번 시설을 완공할 경우 하루 고도화처리능력 28만6,000배럴을 확보해 국내 정유업계에서 최대의 시설 능력을 갖추게 된다. 고도화설비율은 39%로 국내 최고 수준이며 세계 유수의 정유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중질유분해시설을 포함해 2011년까지 총 5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회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는 국가 경제의 원동력이 되겠다”며 사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해외진출도 적극= GS칼텍스는 수출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GS칼텍스의 해외 사업은 크게 해외 에너지개발과 주유소ㆍ석유화학 공장 건설 등 두가지. 해외자원 개발의 경우 GS칼텍스는 지난 2003년 미국 쉐브론으로부터 캄보디아 블록A 해상광구 지분 15%를 인수하면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2006년 2월에는 한국컨소시엄에 지분 4%를 참여해 러시아 서캄차카 광구 탐사를 시작했고 같은 해 7월에는 태국 육상 L10/43ㆍL11/43 광구 지분 30%를 일본 미쓰이 계열 탐사회사로부터 인수했다. 2007년에는 10월 아제르바이젠 이남(Inam) 광구 지분 4%를 인수한 데 이어 11월에는 베트남 해상광구 지분 15%를 쉐브론으로부터 인수하고 후속절차를 진행 중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하루 정제능력의 10%까지 자체 조달한다는 계획 아래 야심차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해외 기업과의 제휴를 확대하고 지주회사인 GS홀딩스와의 연계를 강화해 유전개발의 시너지를 극대화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GS칼텍스는 중국 현지 진출사업도 차분히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능원유한공사를 설립해 올해 2월부터 주유소 및 경정비, 편의점 등 영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향후 산둥성 지역에 이를 확장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GS칼텍스는 허베이성 랑방에 GS칼텍스소료유한공사를 설립, 현대ㆍ기아차와 LG전자 등의 현지 공장에 복합폴리프로필렌 제품을 공급하며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새 먹거리는 신재생에너지"
수소·바이오부탄올등 차세대 에너지 연구 박차
GS칼텍스는 신사업의 방향을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잡고 있다. 장기적으로 GS칼텍스는 정유사업으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GS칼텍스가 우선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수소에너지.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연세대 내에 국내 최초의 민간 수소스테이션을 준공해 수소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수소스테이션은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공단,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이 지원하고 GS칼텍스가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로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됐다. 이 시설은 나프타와 물을 고온에서 촉매반응시켜 시간당 2.7㎏의 수소를 얻는다. 이는 일반 수소연료전지 차량이 약 230~250㎞ 주행할 수 있는 양. GS칼텍스 관계자는 "수소스테이션 건설과 운영을 통해 기술을 확보했다"면서 "추가적인 연구개발(R&D) 활동을 통해 미래 수소경제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차세대 에너지인 바이오부탄올의 상업화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상엽 KAIST 교수팀과 함께 폐목재, 볏짚, 잉여 사탕수수 등 비식용 식물성 폐기물을 통해 바이오부탄올을 선택적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특허출원까지 마친 상태다. 바이오부탄올의 발열량은 리터당 7,323㎉로 휘발유(7,656㎉)에 비해 손색이 없으며 무엇보다도 식량자원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등 다른 바이오 연료보다 각광받고 있다. 이밖에 GS칼텍스는 최근 차세대 에너지원의 부품소재를 만드는 사업에도 진출했다. GS칼텍스는 차세대 2차전지의 에너지 저장장치인 '슈퍼커패시터'에 전극소재로 쓰이는 탄소소재 생산을 위해 일본 최대 정유사 신일본석유와 합작했다. 두 회사의 합작공장은 경북 구미에 오는 2009년 착공하며 2010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2015년에는 연간 900톤 규모까지 늘려 세계 최대의 탄소소재 메이커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 '한국의 미스터 오일' 허동수 회장 강조
"세계시장 주도자 되려면 중질유분해시설등 투자 계속해야"
'한국의 미스터 오일.' 국제 석유업계에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별명이다. 허 회장은 연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같은 분야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에너지 분야 한 길에서만 일한 업계 최고의 전문가다. 특히 세계적 흐름을 꿰뚫는 감각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앞선 투자를 결정하고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주도한 점은 국내외 업계가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허 회장은 지난 1995년 처음 완공한 고도화설비를 바탕으로 세계적 정유사로 발돋움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당시 창립 28주년 기념사에서 "우리가 진정한 월드 페이스세터(pace setterㆍ시장 주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수준의 핵심역량 확보가 필요하다"며 "선진화를 위한 각종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2004년의 제2중질유분해시설 건설 계획. 허 회장은 2004년 11월 임원대상 전략 워크숍에서 "우리는 4~5조원이 투입되는 제2중질유분해시설을 건설해야 하며 계획단계부터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가 되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허 회장의 방침에 따라 GS칼텍스는 지난해 단 23개월만에 제2중질유분해시설을 조기준공, 지난해 가을부터 상업가동하고 있다. 허 회장은 제2중질유분해시설 완공 후에는 "인도 기업 릴라이언스(Reliance)를 닮으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해 지난해 매출 26조원을 기록한 인도 최대의 민간기업. 세계 석유시장이 경질유 위주로 변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꾸준히 고도화설비를 증설, 고도화설비율을 무려 64.4%로 높여 전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시스템을 자랑한다. '릴라이언스를 닮으라'는 허 회장의 발언은 거액의 자금이 들어가지만 투자를 멈춰선 곤란하다는 뜻이다. 허 회장은 지난 5월 창립 41주년 기념사에서 "2011년까지 모두 5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면서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려 국가적 에너지 위기를 넘겨야 한다"고 강조하며 앞날을 위한 투자를 계속할 뜻임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