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불확실성의 공포… 내년 경영 한치 앞도 안보여"

[김정일 사망 이후] ■ 불안감 커지는 재계<br>밖에선 유럽 재정위기·美경기 침체등 살얼음판<br>안에선 가계 부채 등으로 변동성 갈수록 커져<br>전문가들 "최악의 환경 염두 경영계획 수립해야"

SK그룹은 총수의 검찰 조사라는 악재에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 리스크'까지 겹쳐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에서 직원들이 로비를 걷고 있다. 신상순기자


"컨트리 리스크가 없었더라도 내년 경영은 몇 개의 시나리오를 짜놓고 조심스럽게 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사망까지 겹쳐 변동성이 너무 커졌습니다. 한 치 앞도 안 보입니다." 20일 대기업의 한 기획담당 임원은 "내년 경영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해야 될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국내 산업계는 말 그대로 '시계 제로(0)'의 상태에 빠졌다. 가뜩이나 대내외 악재가 첩첩이 쌓인 와중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삼성과 현대ㆍ기아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불확실성의 공포 상황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영환경 급변동 상황에 대해 "최악의 환경을 염두에 둔 경영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국내외 불안요인 이미 많아=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발표한 '2012 설비투자계획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보다 4.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에 실시했던 동일 조사 결과인 6.1%보다 2%포인트나 떨어진 저조한 수치다. 특히 내년 투자확대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응답기업 10개 중 7개가 넘는 곳이 '향후 경기전망의 불확실성(73.5%)'을 꼽았다. 국내 기업들이 내년 경기를 가늠할 수 없는 요인은 도처에 널려 있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여전히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이고 미국 경기는 회복세로 돌아섰다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해외경기 침체가 내수시장에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가운데 국내에는 또 다른 불안요인이 놓여 있다. 오는 2013년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 가계부채는 시한폭탄과 같고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의 원인이 된 주택경기는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 두 차례나 예정된 선거 역시 경영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먹구름만 가득한 전망이 이어지자 대기업 총수들 역시 조심스러운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세계경제 추이를 볼 때 어느 누구도 미래를 자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세계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대비를 주문했다. 특히 SK그룹은 총수의 검찰 조사라는 악재에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 리스크'까지 겹쳐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변동성 너무 커 계획 수립 어려울 것"=김정일 사망으로 증폭된 대한민국의 컨트리 리스크는 재계 입장에서 보면 '불타는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은 사건'인 셈이다.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는 언제나 세계 금융 및 실물 경제에 파장을 일으켰고 여기에서 자유로울 기업은 없다. 이와 관련해 국제금융센터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부각'이 ▦미국과 유럽의 증시하락 ▦미 달러화 강세 ▦국제유가 상승 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김정일 사망으로 내년 경기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게 됐다"며 "환율을 예로 들면 출렁임이 너무 커 수출기업이나 수입기업이나 계획 수립과 경영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럽발 악재에 지정학적 위험까지 더해져 기업들의 자금조달 역시 막혀 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돈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갈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정일 사망이 오히려 컨트리 리스크를 축소시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일제히 밝힌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향후 정세를 예의 주시하며 신중히 내년 경영계획을 짜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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