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통일준비위, 계륵될라


박근혜 정부 통일정책의 핵심인 통일준비위원회가 15일 베일을 벗었다. 박 대통령을 필두로 한 통준위 위원 50명에 전문위원 31명, 통일교육 자문단 및 언론 자문단 50명 등 각계 인사들이 다 모였다. 통일에 관한 웬만한 담론은 빠지지 않고 담길 듯하다.


문제는 굳이 새로이 위원회를 꾸리면서까지 통일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었냐는 점이다. 이미 통일부를 비롯해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통일에 관한 여론조성이나 정책수립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평통은 지금도 2만여명의 위원이 통일정책 전반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어 통준위의 역할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옥상옥(屋上屋)이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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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점점 사그라지는 상태에서 관(官) 주도의 통준위가 얼마만큼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통준위 위원의 60%를 민간 인사로 채우며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려 애썼지만 이들 민간 위원 중 새로운 인물은 찾기 힘들다. 12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시민자문단 명단은 이번주 중 공개될 예정이지만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인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민간 부문의 부위원장을 맡은 정종욱(74) 전 주중대사가 김영삼 정부 때 인사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물음표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의 지난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 한국인 3명 중 1명은 '통일이 필요없다'고 답하는 등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통준위가 미국·중국·일본 등 관련국들의 관심을 얼마나 끌지도 미지수다. 통준위는 애초 4월께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국 냉각으로 무기한 순연됐다. 그사이 버락오마바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달아 방한해 미중 양국의 지지를 끌어낼 타이밍을 놓쳤다.

청와대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통일준비위와 통일부·민주평통의 세 조직이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시너지를 내도록 할 것이며 소통과 협업이 잘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무영역이 겹치는 새로운 조직 구성으로 인해 칸막이가 생기지 않았다면 이들 조직 간의 소통과 협업을 걱정할 필요도 없지 않았을까. 자칫 통준위가 화려했던 시작과 달리 유사 조직과의 업무 중복으로 계륵(鷄肋)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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