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과 합의아래 17일 무분규 노사화합을 선언한 기아자동차 노조(위원장 고종환·高鍾煥)는 『노사가 공동으로 무분규 정신으로 회사정상화에 노력한다』는 의미로 해석해 달라고 주문했다.기아노조는 하지만 금속산업연맹과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가 올해 강경한 노동운동을 펼치려 하는 상황에서 기아의 무분규선언이 미칠 파장을 우려한 듯 공식 입장표명을 꺼리는 모습였다. 高노조위원장은 이날 일체 외부와 연락을 끊고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회사측이 노조와 함께 노사화합을 대외에 공식적으로 선언하자고 요청했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선에서 그친 것도 이같은 민주노총과 금속산업연맹 등 상급단체의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기아노조측의 처지를 반증하듯 기아노조 정재민 대외협력부장은 『오늘 선언을 무분규 노사화합선언이 아니며 노사화합정신으로 회사를 조기에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 수준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회사측과 노조가 회사정상화차원에서 서로 무리한 요구를 양보, 적정한 타협선을 찾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혀 이날 기아 노사의 노사협상타결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기아 노조가 수일전 조합원 투표에서 노사화합방안이 과반수이상의 찬성을 얻었는데도 노사화합 선언을 미뤄왔던 것도 이같은 기아노조의 애매한 입지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노조의 각종 요구를 회사측이 대폭 수용하는 바람에 더이상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여지가 없어졌지만 막상 상급단체 등과의 관계, 노동계 전반의 기류 등을 무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금속산업연맹과 민주노총이 오는 22일부터 쟁의돌입 찬반투표, 4시간 부분파업(24일), 전국집회(27일)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 기아자동차 무분규 노사화합 선언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부담이 기아 노조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