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도이전 국민투표로 결판내라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과 같은 상태로 추진돼서는 안될 것 같다. 찬반에 따른 갈등과 국론 분열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탓이다. 정부의 이전 작업 행보가 빨라지고 의지가 강해지는 것과 비례해 반대입장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나섰고 곧 대규모 반대시위도 열릴 예정이다. 또 어느 여론조사를 봐도 찬성보다 반대하는 국민이 많다. 반대청원ㆍ헌법소원 등에서 보듯 시간이 지나도 반발은 쉽게 누그러지기는 커녕 계기가 있을 때마다 터져 나오고 그 강도는 갈수록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제대로 추진될 리 없고 두고두고 말썽과 분란을 일으켜 국력 소모를 가져올 뿐이다. 따라서 이전여부는 물론 이전기관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하느냐에 대한 ‘제대로 된’ 국민적 결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본다. 정부ㆍ여당은 대선에서 이 문제를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국회에서의 특별법 통과 등으로 이미 국민들의 평가는 끝났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은 반대론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몰아치며 ‘정부의 진퇴와 명운을 걸고 성사시켜야 한다’고 불퇴전의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절차를 거쳐야 할 이유는 역설적으로 노 대통령의 발언에서 뒷받침된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진퇴와 명운을 걸어야 할 정도라면 수도이전 문제는 대통령 선출보다 더 중대한 사안 아닌가. 이런 문제를 수많은 공약중의 하나로 섞어 넣은 채 국민의 평가를 받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특별법 통과 역시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를 여야가 선거전술 차원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선 과정에서 신행정수도에 대한 공방도 국민평가 주장의 허구를 잘 말해준다. 당시 여당의 신행정수도 공약의 파괴력에 놀란 야당인 한나라당은 서울 집 값이 떨어진다는 논리로 대응했고, 이것이 서울 시민들에게 먹혀들 조짐을 보이자 여당은 행정기능의 일부만 옮겨가는 것이라고 애써 강조했었다. 그러던 것이 행정기능 전부는 물론이고 입법ㆍ사법부까지 이전해 사실상 천도차원으로 확대됐는데도 국민합의 절차를 거쳤다고 말한다면 편의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정부ㆍ여당은 보다 명료하고 제대로 된 국민적 합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시점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의 추진여부를 결정할 가장 명확한 헌법적 절차는 국민투표라고 본다. 노 대통령도 대선당시 국론분열로 추진이 어려우면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 국민투표에 정부의 명운을 걸 이유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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