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제 위기때마다 엷어지는 중산층

환란이후 10년간 중산층 비중 10%p나 줄어<br>3차 오일쇼크에 자영업자 빈곤층 추락 늘어날듯<br>주식·부동산 침체따른 '逆富의 효과' 소비위축 불러


직장인 A씨는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접기로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도 감당하기 힘들지만 증시가 곤두박질을 치면서 오는 8월 만기 때 찾을 예정이던 펀드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달 전부터 증시가 본격 하락한 이후로는 외식 한번 하는 데도 심리적인 부담이 느껴진다. 주가 하락이 당장 A씨의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증시와 부동산 시장 급락세는 적잖은 중산층 소비자들에게서 이 같은 ‘역(逆)부의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 사회의 허리인 중산층이 경제 위기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경기가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중산층의 가계부에 빨간불이 보이고 있다. 더구나 외환위기, 카드 사태에 이어 3차 오일 쇼크라는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적자 중산층 가구 비중 증가=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 조짐을 보이면서 중산층의 가계부도 이미 구멍이 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ㆍ4분기 기준 전국가구의 적자가구(농어가 및 1인 가구 제외) 비율은 지난해 30.9%에서 올해 31.8%로 높아졌다. 적자가구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들 계층이 해당 기간에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에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자 가구 증가는 중산층도 예외는 아니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4∼7분위 가운데 적자가구 비율은 2003년 27.9%, 2004년 27.8%, 2005년 27.2%, 2006년 27.1%, 2007년 25.3% 등으로 감소세를 지속하다가 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 실제 소비가 늘지 않더라도 소비 지출 부담은 늘어난다”며 “특히 광열수도ㆍ교통비 등 필수 지출 부담이 늘면서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몰락에 중산층 더 줄어든다=외환위기, 카드 사태 등 경제 위기 때마다 중산층 가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중산층 가구의 비중은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지난 1996년 68.5%에서 2000년 61.9%, 2006년 58.5%로 꾸준히 감소했다. 10년새 10%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또 1996년에서 2006년까지 중산층에서 상류층(중위소득의 150% 초과)으로 이동한 가구는 3%포인트에 불과한 반면 빈곤층(중위소득의 50% 미만)으로 떨어진 가구는 7%포인트에 달했다.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한 가구의 비중이 상류층으로 올라선 가구의 2배를 넘었다는 뜻이다. 더구나 ‘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되면서 중산층 비중이 앞으로 더 엷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양질의 일자리는 늘지 않는 가운데 중산층을 구성하는 자영업자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유가로 내수가 침체되면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실제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1월 6.3%에서 4월에는 5.9%로 떨어졌다. ◇역부의 효과도 체감 경기 하락에 한몫=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주가가 1% 하락하면 주가가 움직인 지 1ㆍ4분기 정도가 경과한 뒤에 민간소비가 약 0.03% 감소하는 ‘역부의 현상’이 나타난다. ‘역부의 효과(negative wealth effect)’란 주가나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가계 보유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소비가 둔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가격 급락 역시 직간접적으로 소비심리를 악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주택가격이 급락하고 증시가 곤두박질치면서 소비심리가 1980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상태다. 국내 증시 하락도 주식 직접투자나 펀드 투자 등의 형태로 증시에 참여하는 대다수 소비자들의 씀씀이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만큼 가파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주가의 움직임과 소비 사이에 약 3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분석을 감안할 때 5월 중순부터 나타난 주가하락 여파는 다음달부터 실제 민간소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된다. 부동산시장 역시 그동안 집값 상승을 견인해온 ‘버블세븐’이 올 상반기 하락세를 보이면서 불안한 행보를 보이며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 같은 주식ㆍ부동산 가격 하락은 중산층 소비에 가장 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주가가 1% 움직일 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비가 각각 0.03%와 0.02%씩 변동하는 와중에 중간소득층의 소비는 0.04%로 가장 큰 변동폭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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