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권의 분노 자극과 미국의 안보 위험 증가 가능성을 우려해 오사마 빈라덴의 시신 사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4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CBS방송 '60분'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빈라덴이 사살됐다는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머리에 총을 맞은 사진이 추가적인 폭력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사진 공개로 인해 미국 안보 위험이 커질 수 도 있다"며 "일부 사람들은 빈라덴이 죽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겠지만, 명백한 사실은 앞으로 지구상에서 빈라덴이 걸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로버트 게이츠 국방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정부 핵심 인사들도 협의 끝에 사진 미공개 결정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이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네비이실 정예요원들이 촬영한 사진 속 빈라덴은 왼쪽 눈 부근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워싱턴 정계의 의견은 엇갈렸다. 공화당 소속 하원 정보위원회 마이크 로저스 위원장은 "알카에다가 미군 지도자를 살해한 후 그 사진을 공개했을 때 미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생각해보라"며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했다. 같은 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 역시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우유부단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을 파괴하려는 다른 세력들에게 경고 차원에서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도 "빈라덴이 죽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해외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머지 국가들에게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내린 결정으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 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성향의 폭스뉴스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집계 중인 조사 결과 이날 오후 현재 전체 응답자의 55%는 '이런 미친 자가 죽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숨진 테러리스트의 끔찍한 사진을 우리가 볼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