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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르네상스] <중> 개척정신이 시장 키웠다

근면·성실성에 '도전 DNA'로 무장… 135개국 공사현장 누벼<br>산업설비·도로·항만 등 토목공사서 호텔 등 건축분야까지 눈부신 성과<br>지난해 글로벌 건설시장 톱 7 진입<br>"2014년 해외수주 1,000억弗위해 공종 다변화·신기술 개발 등 필요"

지난 1970~1980년대 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개척한 해외건설 시장은 오지를 마다하지 않는 개척정신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세계를 시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플랜트 현장 야경. /서울경제DB


대우건설은 지난 2007년부터 나이지리아의 에스크라보스라는 작은 섬에서 천연가스를 디젤과 나프타로 변환시키는 플랜트 공사를 맡아 시공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여느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계속돼온 부족 간 갈등과 내전으로 치안이 불안한 곳이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의 공사 현장 접근은 선박과 항공기로만 가능하다. 부득이하게 육로로 이동해야 할 경우 무장한 경호원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고립무원의 섬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즐길 수 있는 여가생활은 바비큐 파티와 카드게임뿐이다. 현지 근로자들은 2~3개월에 한번씩 휴가를 받아 나가지만 대우건설 직원들은 1년 내내 현장을 지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열악한 현지 상황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우리 직원들의 모습에 발주처인 '셰브런'사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른다"면서 "추가로 발주할 공사에 대우건설이 꼭 다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해외건설 수주 5,000억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이처럼 열악한 자연환경과 사회적 여건과 싸우면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초한 건설인들의 도전정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건설 근로자들은 외화 획득과 회사 성장을 위해 사막과 오지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근면ㆍ성실 앞세워 135개국에서 건설 코리아 드높이다=1966년 현대건설이 태국 파타니~니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한 이래 국내 건설업체들이 진출한 국가는 모두 135개국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1970~1980년대 중동ㆍ동남아ㆍ북아프리카에 집중됐던 시장은 1990년대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으로 확대됐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중ㆍ남부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국가는 총 104개국, 공사 현장은 1,727곳에 달한다. 공사 현장 기준으로 아시아가 975곳으로 전체의 56.5%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동 463곳(26.8%) ▦아프리카 127곳(7.4%) ▦중남미 57곳(3.3%) 등의 순이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거나 후진국이다. 특히 최근 정권 교체로 정정이 불안한 리비아(54곳)를 비롯해 전시 상태나 다름없는 아프가니스탄(24곳)과 이라크(19곳)에도 많은 업체가 진출,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앙골라(31), 나이지리아(18곳), 탄자니아(15곳), 가나(10곳) 등 빈번한 내전으로 신변의 위협이 늘 뒤따르는 아프리카에도 국내 업체들의 공사 현장이 적지 않다. 수주를 위해서라면 사막이나 오지도 가리지 않는 한국 건설인의 '도전 DNA'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지역뿐 아니라 시공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효자상품'이 된 산업설비(플랜트) 분야를 비롯해 도로ㆍ항만 등 토목공사와 호텔ㆍ아파트 등 건축 분야에서도 눈부신 수주실적을 올리고 있다. 발전소와 화학ㆍ정유공장, 가스처리시설 등 플랜트 분야는 총 319억7,000만달러의 공사를 수주했다. 186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한 지난해를 제외하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목 분야에서도 총 54억5,4007억달러의 수주액을 올려 지난해 전체 금액(41억2,400만달러)을 이미 넘어섰고 건축도 75억5,500만달러어치의 공사를 수주, 전년도 수준(77억2,400만달러)에 거의 육박했다. 한종효 신흥증권 애널리스트는 "플랜트 분야는 최고라고 할 수 없지만 유럽 업체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왔다"면서 "일반 토목ㆍ건축은 가격 때문에 중국 업체에 고전하고 있지만 초고층 빌딩과 초장대 교량은 우리 업체들이 기술력이나 가격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ㆍ플랜트 편중 극복해야 해외건설 수주 1,000억달러 달성 앞당긴다=국내 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2007년 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넘긴 후 꾸준히 400억달러 이상의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매출 183억달러, 점유율 4.8%로 일본과 오스트리아를 제치고 7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해외건설 진흥계획'을 통해 오는 2014년 해외수주 1,000억달러를 달성해 해외건설 5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리 해외건설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주지역ㆍ공종 다변화 ▦설계ㆍ공정관리 역량 강화 ▦신기술 및 금융기법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수주지역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중동ㆍ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한다. 편중현상 해소가 시급하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지역 다변화를 위해 적극 공략해야 하는 아프리카와 중남미는 산유국이 아닐 경우 정부 재정이 취약하기 때문에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최석인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자원개발과 연계해 항만ㆍ도로 건설을 결합한 복합형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위험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랜트에 비해 비중이 적은 토목과 건축ㆍ용역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에서 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68%인 반면 건축과 토목은 각각 16.1%와 11.6%에 그쳤다. 설계와 건설관리(CM) 등 용역은 2.2%에 불과했다. 토목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철도공사나 신도시 개발(단지 조성)에 적극 참여하고 건축은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초고층 호텔이나 대단지 아파트 건설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우ㆍ포스코ㆍ한화건설 등이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신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해외 업체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는 용역도 개척해야 할 분야다. 오랜 해외건설 경험을 통해 설계ㆍ건설관리 노하우를 쌓은 만큼 국내 건설사들도 인력을 확충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한다면 해외 업체와 겨뤄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정책연구실장은 "1억달러짜리 플랜트를 시공하는 것보다 설계ㆍCM 등 용역이 더 마진이 좋다"면서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이 건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링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국내 건설사들도 수익성 강화를 위해 용역 분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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