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버블) 붕괴현상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LG경제연구원의 `주택가격 버블 가능성 진단`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3년간 경기부진 속에서도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버블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몇년간 주택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점이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다시 말해 2001년부터 2003년 상반기까지 명목 경제성장률은 6.5%에 그친 반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연평균 25.2%에 달해 명목 경제성장률의 4배 수준이었다.
가계소득 증가율과 비교해도 주택가격은 엄청나게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도시근로자의 가처분 소득이 17.5%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동안 전국 아파트 가격은 71%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가격이 가계소득보다 4배나 높은 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지난 몇년간 주택가격이 경제성장이나 소득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는 것은 곧 부동산에 거품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경제성장이나 소득증가율과 대비하지 않아도 외환위기 이후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는 점은 부동산 거품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때 아파트 담보비율이 90%까지 치솟아 `아파트는 현찰`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아파트 가격상승을 주도한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평당가격이 2,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은 상식적인 원가개념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로서는 부동산 버블이 얼마나 심각한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버블이 생긴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버블은 언젠가는 꺼진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경우 경제사회적으로 어떤 후유증을 겪게 되는지는 10년이 넘는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일본의 사례가 잘 말해준다. 특히 금융권의 대출이 거의 부동산을 담보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는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부동산 거품은 결국 정부가 고질적인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한데다 부동산시장 안정에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부동산대책이 발표됐지만 대표적인 대책인 부동산투기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오히려 부동산가격이 더 오른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라는 재앙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부동산보유세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주택용지 공급을 늘리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