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석영 중소기업청장

"혁신능력 없는 벤처 20% 퇴출"대담: 김인모 성장기업부장 iakiak@sed.co.kr >>관련기사 벤처기업으로 확인을 받은 업체중 앞으로 약 20%, 2,000여개 이상의 업체가 탈락되는 등 무더기 퇴출이 예상된다. 이석영 신임 중소기업청장(56)은 최근 발표된 '벤처기업 건전화 방안'을 설명하면서 "확인기준은 기업의 혁신능력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고 강조하고 "벤처기업을 너무 많이 탈락시켜도 안되겠지만 어느 정도 정비할 필요는 있으며 이를 위해 현재 확인 받은 1만1,000여개 기업중 80% 정도만 확인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한마디로 나머지 20% 정도는 퇴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청장은 또 벤처기업 육성 특별법와 관련 "2007년 시효가 만료되더라도 절대로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그 이후에는 민간 자율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수시장의 수입 또는 신수요 품목을 대상으로 R&D 자금을 지원하고 성공하면 수의계약을 통해 5년간 구매하는 방안에 대해 국방부와의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취임한지 보름 정도 지났습니다. 업무를 파악하고 업계 현황을 살피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 줄 알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청에 부임한 후 가장 먼저 느낀 점이라면 무엇입니까. ▦산자부에서 차관보로 있을 때 산업정책을 다뤘고 그중 상당부분이 중소기업 정책이었기 때문에 중기청과도 어느 정도 연관을 맺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와 보니 중기청의 역할이 참 어렵더군요. 원래 대부분의 청들이 집행적인 성격을 가지지만 중기청만 유독 정책과 집행을 동시에 수행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청 단위에서 독자적인 정책을 펴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부처간 협조 문제, 특히 벤처 관련업무는 서로 중복되는 측면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렀습니다. 중기청의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기청의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물경제의 현장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현실에 가장 근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 정책이 이전과 많이 바뀐다는 말씀이군요. 어떤 방향으로 바뀔까요. ▦중소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많은 변화를 보였습니다. 우선 금융에 관심이 많아졌고 위기 극복능력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특히 자금보다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눈여겨 봐야 할 점입니다. 이전에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자금부족을 겪었지만 지금은 견실한 기업의 경우 은행에서 돈을 가져다 쓰라고 해도 안 쓰고 정책자금마저 금리가 높다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신 연구소 설립, 연구인력 확충, 기술 개발 등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정책도 기술 중심의 정책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최근 벤처기업의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벤처기업 건전화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발표 내용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확인제도의 변화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부분이 바뀌는데 그중 가장 높은 비중은 어디에 두었읍니까. ▦가장 큰 변화는 혁신능력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데 있습니다. 우선 자가진단 시스템을 도입, 신청 전에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여기서 통과되는 업체만을 대상으로 벤처 심사를 실시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벤처기업중 탈락하는 업체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업을 솎아내도 곤란합니다. 그렇게 되면 벤처기업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고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문제기업을 그대로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벤처확인업체 1만1,000개중 80% 정도가 통과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설정할 계획입니다. 또 평가기관에 대한 실명제도를 도입,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중기청은 이에 대해 사후관리만 실시할 방침입니다. -발표 내용중 군수품 수의계약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또 최근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고유업종과 단체수의계약 폐지를 얘기했는데 서로 상반된 내용이 아닙니까. ▦벤처기업은 판로 확보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군수품 수의계약 계획은 이 문제를 해소키 위한 방법으로 현재 추진중인 '신기술 창출사업'의 하나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80년대말부터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군수품 수입 규모는 대략 2조5,000억원 가량 되며 이를 대체할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는 군수물자의 수입 및 신수요 품목을 대상으로 업체에 R&D 자금을 지원하고 제품 개발이 완료되면 수의계약을 통해 5년간 구매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국방부와 협의가 거의 완료된 상태고 입법화도 필요 없기 때문에 조만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체수의계약의 경우 중소기업의 특성상 완전히 폐지할 수는 없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과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이른 시간에 폐지할 경우 부작용이 많을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판로 지원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는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대신 단체수의계약을 운영하는데 있어 공정성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고유업종의 경우 폐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제도이고 경쟁력 강화 면에서도 도움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일부지만 벤처가 '과영양'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벤처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무차별 자금지원에 나섰다는 지적이 있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벤처중 제조업 관련 벤처가 60%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특히 정보처리 분야에 해당하는 30%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문제의 소지는 한정된 곳에 있다는 말입니다. 문제가 발생한다고 정부 보고 완전히 나가라고 하면 벤처는 클 수 없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확인제도를 당장 폐지하라고 주장하는데 이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의 문제는 개인 비리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일부를 가지고 전체로 보면 안됩니다. 또 당장 폐지하려고 해도 관련법령이 93개나 되고 이를 모두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신 벤처특별법은 2007년이 지나면 결코 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번 조치에서 금융시스템에 관한 내용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많이 논의된 것이 바로 금융비리, 특히 코스닥 관련 조항들입니다. 물론 부처간 의견 충돌도 있었습니다. 금감위에서는 코스닥 진입을 강화하자는 의견인 반면 중기청은 진입장벽을 높이지 말자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대신 자본잠식 상태의 벤처기업은 등록할 수 없도록 하자는데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또 해외증권 발행이나 백도어리스팅과 같은 편법도 규제한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이렇게 되면 벤처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 기술담보대출은 전무한 상태고 기술거래소 등도 사실상 활동이 거의 없는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의 기술개발의지도 많이 꺾인 상태입니다.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현재 전국에 창업보육센터가 250개 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연구용이죠. 우선은 이들을 공장형 보육센터로 바꾸는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40개 정도를 공장형 보육센터로 전환시키고 전문기관으로 하여금 기술평가를 실시할 방침입니다. 예산도 50억 정도 확보돼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소ㆍ벤처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현재 중소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력난입니다.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면 누구나 얘기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중활 등을 통해 학교와 결연을 맺어 우선 잠재인력을 확보해 나갈 생각입니다. 기업도 바뀌어야 합니다.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인재를 키울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리=송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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