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먹구구정책 노는 상수도시설 많아

수요예측 잘못에 중복건설 속출 예산낭비오랜 가뭄으로 마실 물조차 부족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가운데 이 마저도 정부의 관리시스템이 분산돼 소중한 물이 낭비되는가 하면 상수도 건설사업이 중복되면서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잦다. 이는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의 사업주체가 달라 내용 중복이 많은데다 계획단계에서 거치게 돼 있는 부처간 협의과정에서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건교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93년 하루 평균 수돗물 사용량이 540만톤으로 공급능력의 90% 수준을 웃돌자 서둘러 강북취수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물 사용량이 매년 20만~30만톤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인구가 신도시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서울시의 수돗물 사용량은 96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져 11월 현재 8개 서울시 정수장에서 공급하는 수돗물의 양은 하루 382만톤으로 시설용량(675만톤)의 56%에 불과하다. 강북정수장을 포함한 서울시 전체 정수장시설의 40% 이상이 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여파는 광역상수도에까지 미치고 있다. 서울시가 현재 1, 2단계 광역상수도에서 사오는 수돗물 원수는 하루 평균 41만톤으로 계획된 배분량(110만톤)의 37%에 그친다. 당연히 광역상수도의 가동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서울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1, 2단계 광역상수도의 경우 지난 10월 평균가동률이 각각 20.9%, 50.6%였다. 결국 놀고 있는 광역상수도를 두고 지자체가 지방상수도를 별도로 건설했지만 상당수 시설들이 가동되지 않아 막대한 예산만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수도사업을 주관하는 중앙부처간에도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농어촌지역의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건설을 계획중인 36개의 소규모 식수전용댐 가운데 김제시 금산면과 경주시 양북면 등 11개 사업은 건교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역상수도와 중복되고 강원 고성군의 2개 사업은 농림부의 계획과 겹쳐 뒤늦게 의견을 조율중이다. 이와 함께 지자체간 물분쟁으로 인한 중복건설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경북 청도군에 있는 운문댐 광역상수도의 경우 하루 9만톤의 여유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다른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것을 반대해 경산시는 100억원을 들여 하루 5만톤의 대정취수장을 별도로 건설해야 했다. 이처럼 상수도 건설사업이 중복되는 주된 이유는 광역상수도는 수자원공사, 지방상수도는 지방자치단체로 사업주체가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지방상수도의 경우 사업 계획단계에서 환경부를 통해 건설교통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를 하기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복건설문제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있다. 현인환 단국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현재 부처간의 협의과정이 중앙과 지자체간의 이견 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 등의 역할을 강화해 유역단위로 중앙과 지방의 계획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낭비요인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철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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