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8·31대책 중간평가

김찬호 <중앙대 교수·도시공학과>

지난 8월31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부동산은 더 이상 투기적 이익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회적 믿음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부총리의 말처럼 투기와의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정책 당국자들이 최근 부동산 가격의 폭등 원인이 투기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주택 투기가 발생한 원인을 공급 부족으로 보고 미니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한 공급대책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대책이 여전히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일부 지역에서 투기를 조장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400조 부동자금 갈 곳 없어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0%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이는 이번 대책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원인 해결에 결정적인 대책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투기 때문이라고 본다면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요즘 시중에는 400조원에 이르는 돈이 갈 곳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은 수출로 번 자금을 설비 마련에 투자하지 않고, 은행은 기업이 빌려가지 않으니 개인을 대상으로 대출에 열중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뿌려진 많은 돈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고도의 전문가들조차 쉽지 않은 증권시장은 요즘 같은 고주가시대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큰 수익을 올렸지만 개인들은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관심을 가질 곳은 부동산 이외에는 마땅하지 않다. 개인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상식이며 개개인의 판단에 근거해 투자하기 쉽고 게다가 보유한 자금 규모에 적정한 투자 대상으로 주택만한 것은 거의 찾기 어려운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대상이 되는 주택은 사람이 살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주택을 통한 이익 추구는 받아들이기 곤란한 것이다.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이번의 8ㆍ31 대책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투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고 투기 자금은 여전히 규제의 틈새를 찾으며 주택에서 토지로, 토지에서 상가로 끊임없이 돌아다니게 될 것이며 매번 새로운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돈이란 자기 증식을 위해 끊임없이 영양분이 많은 곳을 찾는다는 속성을 감안한다면 부동산 이외의 갈 곳을 마련하는 것만이 부동산 투기를 해결할 근본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결국 부동산 문제는 경제 문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며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부동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에 불과한 것이다. 투기 없애려면 경제 살려야 따라서 이번과 같이 투기를 억제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만이 돈의 흐름을 다른 곳으로 돌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부동산대책은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혁신적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으며 법 제정 단계에서 희석될 우려 또한 적지 않다. 경제라고 하는 근본적이고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아쉬운 대로 이번 발표된 대책만큼은 그 내용대로라도 시행되어 집 없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도록 해야 이번 대책의 체면이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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