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지급보증 선언 불구 외화차입 갈수록 힘들다

◎금리·금액·기간 「3불문」현상/일본계자금 가결산대비 회수본격화/대기업 해외CD발행 포기도정부가 국내 금융기관의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선언하고 나섰음에도불구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자금난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국가 신인도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외국 금융기관들은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외화대출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하거나 만기를 단축하고 있으며 국내 금융기관 해외지점들은 전체 자금의 절반 이상을 매일 차입, 결제하면서 부도위기를 넘기는 하루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관련기사4면 특히 이달들어서는 5대재벌그룹에 속하는 모종금사가 홍콩시장에서 FRCD(변동금리부 양도성예금증서) 발행을 추진했으나 외국투자가의 외면으로 포기하는 등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투자가의 냉대가 뚜렷해지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일본계 금융기관들의 9월 가결산이 시작되면서 일본계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 회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계 금융기관들은 한국계 은행들에 대해 자금결제를 가급적 상오에 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 라인) 자체를 대폭 축소, 여신회수를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기존의 여신에 대해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도 만기를 기존의 3개월에서 1개월로 단기화시키고 있으며 차입금리도 단기자금에 대해서조차 리보(런던은행간 금리)+1%포인트까지 치솟는 등 부르는게 값이라는게 일본에 진출한 국내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은 홍콩, 뉴욕, 런던 등 여타 국제금융시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뉴욕의 경우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모두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돼 특별 관리되고 있으며 외화대출의 만기도 통상 2∼3개월에서 기아사태이후 최근에는 1∼2주일로 초단기화됐다.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외화조달사정이 이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국내은행 해외지점 관계자들은 외화자금 조달에 있어서 「3불문」, 즉 금리·금액· 기간에 관계없이 조달부터 하고 보자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지급보증방침을 발표한 이후 최근 홍콩시장에서 FRCD발행을 추진하던 대기업 계열 모종금사는 발행 자체를 포기해야 했다. 투자자들이 기아관련 여신이 많은 이 종금사의 FRCD에 대한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해외주재 국내은행의 외화차입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외화차입조건이 호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아사태의 해결과 함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형주·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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