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는 지난 17일 진로가 위스키부문을 영국의 얼라이드 도맥에 넘김에 따라 완전히 외국 자본의 손에 들어갔다.국내에서 보틀링(병입)을 하는 회사는 두산씨그램과 진로. 이 가운데 진로는 얼라이드 도맥에 지분의 70%를 양도하고 경영권도 넘겨줬다. 두산씨그램은 회사 이름에만 두산이 들어가 있을 뿐 100% 씨그램사 소유다. 두산씨그램은 지난해 말 두산이 갖고 있던 나머지 지분을 모두 넘겨받았다.
국내 3대 브랜드로 성장한 딤플 위스키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외국 제품이나 마찬가지. 판매는 하이트맥주 계열의 하이스코트가 맡고 있지만 실제로는 영국의 유나이티드 디스틸러스로부터 수입한 완제품이다.
위스키처럼 완전히 넘어간 것은 아니지만 맥주도 사실상 외국인의 손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맥주 3사 가운데 진로쿠어스는 최근 OB맥주가 인수해 정식 계약만을 남겨놓고 있다. 진로쿠어스를 사들인 OB맥주는 외국과의 합작사다. OB맥주는 지난해 9월 벨기에의 인터브루사와 50대50으로 합작했다. 경영상의 의사결정은 두산과 인터브루사가 동수로 선임한 이사회가 맡지만 대표이사는 벨기에 사람이다.
하이트맥주는 경영권은 넘겨주지 않았지만 지분관계를 살펴보면 역시 외국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대주주인 박문덕(朴文德) 회장 일가가 20%, 덴마크의 칼스버그가 16%, 투자회사인 캐피탈그룹이 40%를 갖고 있는 까닭이다.
이제 「순수 토종」으로 남은 것은 소주뿐. 하지만 이번 진로의 위스키 양도와 관련해 소주에도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외자유치 계약식에서 진로의 김선중(金宣中) 회장은 『이번 1억2,000만달러를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5억달러를 끌어들여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들여올 돈은 3억8,000만달러. 맥주도 팔고 위스키도 판 상황에서 남는 것은 큰 덩치의 부동산과 소주부문이다.
진로의 관계자는 『소주부문의 지분을 어느 정도 넘기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소주마저 외국에 넘어가면 이제 한국 사람이 마시는 술은 모두 「양주」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기석 기자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