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쌍둥이 적자 위험수위

2003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894억 달러, 2005년 미국 예산안의 재정적자 규모는 5,200억 달러. 미국의 쌍둥이 적자 규모를 합치면 연간 1조 달러에 이른다.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 한국 GDP의 두 배에 해당한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워싱턴 정가의 의원들, 뉴욕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재정 및 무역 적자로 인해 동요하지 않고 있다. 재정적자가 늘어나는데도 미국 국채(TB) 금리는 내려가고, 달러가 하락하는데도 수입이 줄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미국이 국제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달러의 지배력으로 해소되고 있다. 무역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미국의 최대 수출품은 달러다. 미국 이외에 유통되는 달러는 미국 내에 돌아다니는 달러보다 두 배나 많다. 외국은 달러를 벌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데, 미국은 돈을 찍어 외국 물건을 산다. 45센트의 인쇄비를 들여 100달러 짜리 달러 한 장을 찍어내면 일제 디지털 카메라, 중국산 장난감을 얻을 수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전세계의 달러화에 의해 완충 되고 있는 것이다. 재정적자는 아시아 국가들이 도와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장 당 1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100만 달러짜리 TB를 찍어 아시아 중앙은행과 기업들에 팔고, 그 돈으로 재정적자를 메우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땀 흘려 돈을 벌어 미국의 전쟁 비용을 대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말에 일본이 TB 최대 구매자였고, 최근 들어 중국이 일본에 버금가는 TB 구매국이 됐다. 요즘 들어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 방어를 위해 TB 구매량을 늘리고 있다. 달러가 하락하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금 유입량이 줄어야 하는데, 거꾸로 아시아 국가들이 달러 표시 채권인 TB를 사서 미국의 시장 금리를 떨어뜨리고 재정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무한정 커질 수 없다. 재정 적자가 늘어나면 미국 정부는 국채를 더 찍어내야 하고, 그러면 금리가 오르게 된다. 미국은 언제까지 아시아에 의존해 재정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 무역 적자도 이미 위험 수위인 GDP의 5%를 넘어섰다. 달러를 마구 찍어 무역적자를 메울 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국제금융시장 지배력을 통해 버텨냈지만, 이제 이 두 모순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성장 잠재력은 약해질 단계에 임박해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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