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1월 12일] 한미 FTA 타결 이후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개막에 맞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가시적 결론을 내기 위해 열렸던 양국 통상장관회담이 쇠고기 문제로 인해 막판 진통을 거듭하다 결국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자세한 합의내용은 물론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어야 알 수 있겠으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환경기준 등 자동차 부문에서 어느 정도 한국 측의 양보가 있었으나 미국 측의 강력한 쇠고기시장 확대 개방요구가 협상의 큰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 이후로 넘어간 양국의 협상은 이변이 없는 한 빠른 시일 내에 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외산업 배려도 함께 고려를 물론 이후에도 양국의회의 비준동의를 구해야 하는 절차가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중간선거에서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회복한 미국 공화당의 성향과 우리 국회의 의석구성을 고려할 때 한미 FTA가 실제로 발효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동안 한미 FTA의 조기발효를 희망해왔던 양국 기업계에는 분명 환영할 일이겠지만 농업계를 비롯한 이해관계가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또 한번의 시련일지 모른다. FTA를 비롯한 통상정책은 대외정책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실제로 그러한 정책이 서로 다른 국내집단의 이해관계에 변화를 수반한다는 관점에서 대내정책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의 결정은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정부는 그로부터 소외되는 집단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취지에서 우리 정부는 이미 FTA에 따른 피해보상과 구조조정을 돕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UR) 당시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막대한 국고를 투입하고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보상금이 실제 피해자들에게 주어지고 지원책이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의 협정과 법안이 마련되었더라도 그것은 단지 경기의 규칙일 뿐이며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NAFTA(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는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용어를 포함하고 있지만 이 협정의 실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우 보호무역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예를 들어 이 협정은 미국 산업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계 빅3 자동차기업을 일본과 유럽의 경쟁기업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담고 있다. 특히 62.5%의 높은 역내조달비율은 당시 북미지역에 충분한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했던 외국계 기업들이 당장 무역자유화의 혜택을 볼 수 없도록 봉쇄했다. 그러나 10년이 넘게 지난 오늘날 북미자동차시장의 판도를 보면 NAFTA가 처음의 의도와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온 것을 알 수 있다. 즉 처음부터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던 빅3가 그에 안주해 혁신을 게을리한 사이 외국계 자동차기업들은 북미지역 내의 시설확충과 생산성 증대를 통해 초기의 불리함을 극복했으며 이제는 오히려 북미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이와 같이 초기조건이 어떻게 주어지더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한미 FTA를 통해서 분명 유리한 위치에 서는 집단도 있으며 또한 반대의 입장에 서게 되는 집단도 있을 것이다. 규제완화·공정경쟁 강화 필요 그러나 한미 FTA의 발효는 경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에 의한 운동경기의 출발과도 같다. 문제는 새로운 환경에서 경제주체들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라 하겠다. 이제 한미 FTA를 통해서 시장규모는 확대되겠지만 그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될 것이다. 노력하는 기업이 그러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며 그를 위해 정부는 규제완화와 공정경쟁을 강화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피해보상과 구조조정에 있어서도 무조건적 지원보다는 스스로 노력하는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보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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