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줄기찬 경제회복 `올 인' 주문에도 불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콜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
재정경제부 입장에서는 아쉽겠지만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선진국이 죄다 금리를 올리는 판국에 우리나라만 역방향의 금리정책을 고수하기 부담스러운데다 콜금리 인하에 따른 정책적 효과에 대한 회의론은 물론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기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가운데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써야 하는 비장의 `카드'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추가 인하에 따른 `역작용' 우려가 크게 작용
금통위의 콜금리 동결 조치는 시장에서 이미 예견된 결과다. 채권시장도 동결쪽으로 쏠리는 모습이 역력했으며 주요 투자은행들도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둬 왔다.
박 승 한은 총재는 콜금리를 동결한 데 대해 "추가인하에 따른 물가문제와 금융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물가는 작년에 3%대 목표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도 하반기까지는 목표 이내에서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날 경우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구매력화해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금융시장의 왜곡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즉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가 심화될 경우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은 원금을 손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며 이는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게 만들어 1~2년 뒤에는 자산거품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총재는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현단계에서는 초저금리에 따른 폐해, 즉 자산거품 현상에 대한 우려와 내외금리차 확대에따른 자본의 해외유출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국의 금리인상도 `부담'
미국 등 선진국이 지난해부터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다 올해에도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콜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27개국 가운데 13개국이작년에 정책금리를 인상했으며 내린 국가는 8개국에 불과했다. 올해에도 미국이 달러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 등으로 인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유로지역도 하반기에는 인상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이런 전망이 대세인 가운데 우리나라가 콜금리를 다시 내릴 경우 대내외 금리차역전에 따라 자본이 외국으로 빠져 나갈 수도 있다.
박 총재는 "아직까지 자본의 해외유출에 대해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환율이 안정되고 금리차가 더 벌어질 경우에는 해외유출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효과 회의론도 한몫
'금리인하 무용론'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도 추가인하의 발목을 잡았다.
작년 8월, 11월 등 하반기에만 두 차례에 걸쳐 콜금리가 0.5% 인하됐지만 유동성 지표인 M3의 증가율은 작년 12월에 6%내외로 역대 최저수준을 헤매고 있다. 이는민간신용 공급이 저조한데 기인하는 것으로 한은은 추정하고 있다.
작년 12월말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잔액은 1개월전에 비해 6조2천억원 줄었으며가계대출도 1조원 늘어나는데 그쳐 금리인하의 약발이 별로 없는 것이 입증됐다.
이에 따라 금리를 추가로 내리기보다는 경기부양효과가 큰 부동산경기 정상화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악상황 대비 정책 `카드' 남겨둬
현재의 경기상황이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경기가 계속 추락, 더 심각한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 통화정책적 수단을 비장의 `카드'로 남겨둔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연 3.25%의 금리도 낮은 수준이지만 3.00%까지는 한번 더 낮출 수 있다는 공감대가 시장에 형성돼 있어, 지금 당장 이 카드를 사용하면 앞으로 통화정책적 운신의폭이 제한된다는 점도 이번 동결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동결조치로 금통위는 앞으로 경기상황을 모니터하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 셈이다.
◆경기부양 `올인' 놓고 재경부와 갈등 우려
한편에서는 재경부가 콜금리 추가인하 주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금통위가 다시 `동결'을 결정함에 따라 재경부와 한은간 갈등도 우려된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지난달 콜금리 결정을 앞두고 5%성장을 위해서는 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됐으며 이번에도 지난 7일 "금리정책을 탄력적으로 활용해 경기진작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총리는 재정 조기집행에다 금리정책까지 동원해 경기부양 효과를 배가시키겠다는 구상이었으나 금통위가 콜금리 동결결정을 내림으로써 재경부가 곤혹스럽게된 셈이다.
◆향후 콜금리 인하 가능성과 단행시점 還?
채권시장과 주요 투자은행들은 현재의 경기흐름을 볼 때 1.4분기중에는 한차례정도 콜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월 또는 늦어도 3월의 금통위에서는 연 3.00%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 시점을 지나 2.4분기쯤 금리를 하향조정한다는 것은, 앞으로 경기가 추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을 가정하면 타이밍을 완전히 놓치는 것이 된다.
그러나 반대로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이 조금이라도 나타난다면 금통위는 현재의금리상황을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면서 1.4분기는 건너 뛸 가능성이 높다.
재정의 조기집행으로 인해 풀린 자금이 물가불안과 자산거품 현상을 야기하는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오히려 콜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박성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