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출항! 한국號 어디로 <1-2>] 대화없이 투쟁… 믿음보다 불신…

상대 인정않는 노사 분열공화국 축소판

지난 4월말 감사원은 한국전력에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 사장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예산을 방만하게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이 회사의 정모 사장이 임명된 것은 지난해 5월. 한전 출신 사장의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을 저지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부담을 느낀 사장은 노조를 무마할 명목으로 전직원들에게 모두 54억여원을 지급했다. 이사회 의결조차 거치지 않고 노조와의 이면협의를 통해 편법(급여 가지급금)으로 지불한 것. 노조는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졌다. 이 회사의 사례는 우리 노사문화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조는 경영진의 약점을 이용해 ‘떼’를 쓰고, 경영진은 편법ㆍ불법으로 대응하면서 마지못해 미봉책으로 해결한다. 대한민국의 분열상이 가장 단적으로 나타나는 분야가 노사관계다. 분열공화국의 축소판인 것이다. 노사 사이에 대화는 없고 투쟁과 쟁취만이 있을 뿐이다. 대부분 서로에 대한 믿음보다는 불신에서 출발한다. 때문에 노사 모두 파이(매출액 등 회사외형)를 키우는데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고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느냐에 온 신경이 쏠려있다. 지난해 극심한 노사분규에 시달린 한국오웬스코닝의 제임스 불래식 사장은 “ 임금이 다른 업체에 비해 높은 수준인데도 경영권 참여, 고용보장 등 정치성이 강한 주장만 하는 노조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토로했다. 지난 98~2002년 연평균 노동쟁의 발생건수를 보면 한국의 노사문제를 보는 국내외의 우려가 단순한 과잉반응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기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노동쟁의는 226건에 달했다. 일본(99.7건), 미국(30.0건), 영국(194.3건), 핀란드(76.0건), 네덜란드(16.0건), 싱가포르(0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 노동쟁의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도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평균 113.6일로 일본(1.4일), 미국(70.4일), 영국(14.1일), 핀란드(17.6일), 네덜란드(2.7일), 타이완(0.02일)보다 월등히 많았다.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ㆍ수출차질액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부문에서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차질액은 2조4,97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5,3%나 증가했고, 수출차질액은 무려 73.2%가 급증한 10억5,300만달러를 기록했다. 노사분열은 경영진의 잘못도 크다. 투명, 책임경영은 뒷전으로 미룬 채 노조는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으로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는 경우도 많다.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선진 노사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협상대상으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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