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사설/12월 16일] 타이어 걷어차기

자동차 업계가 침체일로에 서 있다. 미국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디트로이트의 3사에 단기자금을 지원해줄 태세다. 하지만 3사를 돕는 데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경쟁하듯이 이들에 보조금을 쥐어줄 게 아니라 신용경색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침체 탓에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도 줄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이전부터 3사에는 문제가 있었다. 다만 싼 유가 덕에 이들의 저연비 차량이 잘 팔렸고 풍부한 시장유동성 덕에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시장 분위기는 최악이다. 이들 3사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한이 있더라도 합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닐리 크뢰스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도 자국 자동차 기업들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실업자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경고했다. 3사로서는 부당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금융업계는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금융업계의 경우 막힌 자금흐름을 구조적으로 뚫어줘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 뿐이다. 이에 대해 3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자금흐름이 여전히 막혀 있다는 식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는 전혀 엉뚱한 문제제기에 불과하다. 금융업계가 아직 위태롭다는 지적은 옳다. 이 때문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언제라도 은행들을 지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3사 지원을 꺼리는 이유는 그만큼 자동차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비합리적인 근거로 3사 지원을 망설이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3사가 거느린 종업원 수도 상당하기는 하지만 3사는 은행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는 언변 좋은 로비스트들에게 홀려 기업에 단기자금을 대주기보다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장기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만일 3사같이 큰 기업이 파산한다면 회생 가능한 사업 부문과 근로자들을 살리는 데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구제금융을 받겠다고 아우성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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