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권력업고 中자본 급성장<br>권력밀착 재벌에 정보 흘리거나 특혜 비일비재<br>공산당간부 자제, 각종 이권 독점 富·권력 세습<br>최근 IT등 첨단산업CEO도 대거 갑부대열 올라
['强위안 시대' 13억이 뛴다] '붉은 자본가'의 2000년짜리 상술
무소불위 권력업고 中자본 급성장권력밀착 재벌에 정보 흘리거나 특혜 비일비재공산당간부 자제, 각종 이권 독점 富·권력 세습최근 IT등 첨단산업CEO도 대거 갑부대열 올라
특별취재팀=고진갑 특파원(팀장)·문성진 차장·김현수·한영일·현상경·이연선·김병기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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華商, 中경제 든든한 버팀목
지난해 12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동생인 닐 부시가 중국계 반도체회사인 ‘그레이스 컨덕터’의 고문직을 맡겠다고 밝혀 구설수에 올랐다.
그레이스 컨덕터는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맏아들인 장멘헝(江綿恒)과 대만의 최대 재벌인 왕융칭(王永慶)의 아들인 왕원양(王文洋)이 합작 설립한 대표적인 ‘귀족연합체’. 이 회사에 닐 부시가 합류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러나 중국측은 25만달러라는 거금을 제시하며 집요하게 닐 부시를 붙들었고 결국 중국-미국-대만 최고권력의 커넥션은 정치적 명분과 상식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사실 중국은 진시황의 대륙 통일이후 근 2000여년동안 권력과 금력의 결합을 통한 ‘중국형 상술’을 발전시켜왔다. 비록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지붕’아래 묶여 있지만 대륙 상인들의 피가 흐르는 그들은 그레이스 컨덕터와 같은 연합체를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1970년대말 개혁개방 이후 ‘경제발전’에 정치와 경제의 힘을 총집결시켜 왔다”며 “국가권력의 비호 아래 성장한 중국의 거대기업과 재벌은 철저하게 ‘돈의 원리’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자본, 중국의 권력=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센터 중국팀장은 “국유재산 매각이나 기업의 상장 때 국가에 의한 정책결정이 매우 중요한데 권력과 밀착된 기업인에게 헐값으로 넘기거나 사전에 정보를 흘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공산당이 소유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국유기업은 까다로운 인ㆍ허가를 받지 않고도 돈이 되는 분야로 곧바로 진출하며, 금융ㆍ보험ㆍ부동산 투자를 가리지 않고 손쉽게 재벌식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지 팀장은 “중국의 자본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능을 가진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활동한다”며 “이는 자본시장에서 최단기간 국가적 역량을 축적시키고자 하는 중국 권력층의 정치적 판단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2000년대 이후 수년간 중국의 최고 부자 자리를 지켜왔던 룽즈젠(永智健). 그는 조부 때부터 중국 공산당과 운명을 함께한 대표적인 ‘붉은 자본가’다. 룽 회장의 조부인 룽더성(永德生)은 문화대혁명으로 실각했지만 덩샤오핑이 복권하면서 함께 부활했다.
당시 덩샤오핑은 “중국 권력의 지원을 받는 중추회사를 만들어 국제금융기관의 창구로 육성하라”는 특명을 룽씨와 그의 아들(룽이런ㆍ永毅仁)에게 요구했다. 그들 부자는 이후 수십만 달러의 나랏돈을 가지고 홍콩으로 건너가 캐세이퍼시픽항공, 드래곤항공 등의 주식을 매집, 대주주로서 ∮ㅐ?받으면서 ‘붉은 자본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자인 룽즈젠은 현재 대표적 국영기업인 중국투자신탁공사 홍콩 자회사인 중신타이푸(中信泰富) 회장에 올라 통신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태생적으로 중국 자본이란 중국 권력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의미다.
◇부와 권력이 세습된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어권 최대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sina.com)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마오다오린(茅道臨)을 사위로 얻었다. 우리 같으면 “막강 권력과 막강 금력의 결합”이라며 야단이 났겠지만, ‘권력과 금력은 불가분의 일체’라고 받아들이는 중국에서는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었다.
10여년 전부터 세상에 알려진 ‘태자당(太子黨ㆍ공산당 핵심간부의 자제들)‘은 오래전부터 각종 이권을 독차지, 중국에서 권력과 금력이 일체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장쩌민의 아들인 장멘헝. 그레이스 컨덕터의 실질 지배주주인 그는 하이테크 투자기업인 롄허(聯合)투자공사를 경영하다가 1999년부터 중국과학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휴대전화ㆍ인터넷 및 컴퓨터 소프트웨어산업의 인허가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디지털통신, 차세대 휴대전화 등 각종 통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장쩌민의 둘째아들 장멘캉(江綿康)은 상하이 도시지리 정보발전총공사의 총경리(사장)를 맡고 있으며, 리펑(李鵬)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장남 리샤오펑(李小鵬)은 중국 최대전력회사인 화넝(華能) 인터내셔널의 회장이다. 또 차오스(喬石)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양아들인 장샤오밍(蔣小明)은 광둥성 선전에서 벤처업체인 사이버시티를 경영하고 있다.
권력이 부의 원천으로 작동하고, 이렇게 형성된 부는 다시 새로운 권력의 밑거름으로 작용하는 순환구조가 고착되는 모습이다.
◇신세대 자본의 끝없는 도전= 붉은 자본가들의 막강한 위세 속에서도 중국 산업계의 돈은 제조업에서 첨단IT산업으로 급속하게 옮겨가고 있다. 광저우(廣州)에서 발행되는 중국 경제전문 잡지 ‘신차이푸(新財富)’가 선정한 올해 500대 갑부 명단에는 인터넷ㆍ정보통신ㆍ차세대방송 관련 기업인들이 대거 상위 순위에 올랐다.
중국 최고의 부자 자리는 150억위안의 재산을 모은 인터넷 게임 사업자 천톈차오(陳天橋) 성다(盛大)네트워크 총재가 차지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시나(新浪, sina.com)의 대주주이기도 한 천 총재는 인터넷 게임 사업으로 성공을 거뒀다.
휴대전화 단말기 전지 업종 하나로 25억위안(3,750억원)의 재산을 쌓은 왕촨푸(王傳福) 비야디(比亞迪) 총재는 회사 설립 8년만에 대박의 꿈을 이뤘고, 쥐유(聚友)그룹의 천젠(陳健)회장은 전국 600개 이상 호텔의 케이블 TV 사업을 독점해 큰 돈을 벌었다.
한편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궈메이(國美)를 운영하고 있는 황광위(黃光裕ㆍ36) 회장은 이번 조사에서 1위를 천 총재에게 내주고 2위로 물러났고, 룽즈젠은 작년에 이어 3위를 지켰으며 루관추(魯冠球) 완샹(萬向)그룹 회장, 딩레이(丁磊) 왕이(網易·NetEase) 회장이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입력시간 : 2005/08/03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