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요청에 재계는 최대한 힘을 보탤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할 여건이 조성되도록 정치권과 정부가 신경을 써주었으면 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28일 기업들이 하반기에 집중될 투자와 고용이 계획대로 집행되려면 투자환경 조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30대 그룹은 올해 154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상반기 집행액은 61조8,000억원에 그쳐 있다. 올해 연간 투자액의 60%가 넘는 92조9,000억원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하반기로 편중된 투자계획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까.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투자환경이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는 한 실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기업들은 특히 정치권과 정부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편에서는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법무부ㆍ환경부ㆍ노동부 등 비경제부처와 정치권까지 나서 기업들을 옥죄는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런 점들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에 대규모 투자와 고용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30대 그룹은 올해 총 154조7,000억원의 투자와 14만700명의 고용을 계획 중이다. 이는 연초 계획에 비해 투자는 4%, 고용은 10% 늘어난 규모다.
특히 투자는 하반기에 쏠려 있다. 30대 그룹의 하반기 투자 예상금액은 92조9,000억원으로 상반기 실적(61조8,000억원)보다 무려 50.3% 증가한 규모다. 삼성그룹은 연간 기준으로 50조원가량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상당 부분이 하반기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예정이라는 것이 재계의 설명이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올해 투자를 계획한 만큼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ㆍSKㆍLG 등 다른 그룹들 역시 하반기 집중 투자를 통해 경제활성화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기업 비틀기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계 안팎에서는 '대통령 따로 정부 부처 정치권 따로'라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은 "기업을 옥죄면 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웅크리게 된다"며 "투자활성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재계는 대통령의 투자활성화 의지가 정부 부처와 정치권으로 확산되기를 바라고 있다. 무역투자진흥회의 등 투자활성화 회의를 통해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들을 어렵게 하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A그룹의 한 임원은 "규제 총량으로 봤을 때 오히려 규제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며 "비경제 부처까지 나서 기업들을 컨트롤하려는 것이 현재의 움직임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법안 입안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아예 무시하는 일도 비일비재 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재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세밀한 세부 법령 마련과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B그룹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등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주요 경제민주화 법안의 하위 법령을 마련 중인데 오히려 모법보다 더 강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법안 완화와 속도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재계는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 조항 가운데 재계가 독소조항으로 꼽는 것에 대해서는 과감한 폐기나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규제 완화의 지속적진 추진도 필요하다고 재계는 주문하고 있다. 기업들의 생생한 애로사항을 듣고 이에 맞춘 '맞춤형 규제 완화'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등 재계가 수정ㆍ개선을 요구하는 법안들이 심의ㆍ논의될 예정"이라며 "9월 정기국회가 정부의 투자활성화 의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투자활성화 의지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기업들이 부가가치를 만들 때 불편함이 없도록 정치ㆍ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