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곰과 여우

중국과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우리 기업인들 사이에서 “중국은 곰, 베트남은 여우”라는 유행어가 회자된다. 여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꾀가 많은 동물로 대표되지만 알고 보면 곰도 어리숙하지만은 않다. 곰도 실속을 차리는 데는 여우 못지않다. 그래서 이 유행어는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들의 본격적 해외 직접 투자 역사는 10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해외투자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 또한 해외투자를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투자가 ▦시장개척 ▦자본ㆍ중간재 수출증대 ▦연구개발ㆍ디자인분야 등 고부가가치 부문을 활성화시키고 전략적 제휴나 산업구조 고도화 같은 거시적인 긍정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누구나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고비용 경제하의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요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의 해외투자는 지난 2003년 이후 빠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해외투자 금액은 약 712억달러. 나라별로는 중국(25%), 미국(22%), 베트남(4%) 순이며, 섬유산업만 보면 전세계 투자금액의 약 52%가 중국ㆍ베트남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과 베트남의 사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이뤄지자 지난해 단순가공무역 투자 제한조치를 내렸다. 올해는 기업 소득세법, 신노동계약법 등을 도입할 예정이라 투자기업들의 비용부담이 30~40%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경우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호치민 지역을 중심으로 임금인상 입법이 추진되고 에너지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베트남 최대 투자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정부차원의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앞으로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한ㆍ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중국의 투자환경 악화 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대(對)베트남 투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베트남 정부가 해외 투자기업 관리정책을 중국으로부터 배워오고 있어 사업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러한 점들을 대비해 정부는 해외 투자기업에 대한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생생한 투자정보를 수집ㆍ공유해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민ㆍ관 합동 라운드테이블을 구성, 해당국 정부와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해 더 이상 곰에게 당하고 여우에게 쫓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내에서 기업을 하다 망하면 그 자산이 국내에 남지만 해외투자를 해서 망하면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 된다”는 호치민 지역 어느 투자 기업인의 하소연이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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