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명숙 여성부 장관

"10년후 내다보는 여성정책 세울것"대담:이종환 사회부장 jwlee@sed.co.kr "전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가늠하면서 장기적인 여성정책을 세우고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여성부의 일은 적어도 10년 후를 내다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명숙 장관이 신설부처인 여성부 장관으로 취임한지 8일로 100일을 맞는다. 한 장관은 "현장에서 발로 뛰는 장관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힌대로 지난 1월 취임이후 102명의 직원들과 지난 3개월을 쉼 없이 달려왔다. 한 장관을 만나 여성부 출범 100일을 맞는 소감과 모성 보호법 등 여성부가 추진 중인 주요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관련기사 -신설부처의 초대 장관으로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초대 여성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후 주위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남녀 평등과 여성의 권익신장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여성부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인력을 충원하고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에서 업무를 이관 받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취임식에서 강조하신 대로 최근 각계 각층의 여성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한 일정을 보내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여성운동가로 또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와 장관으로서 느끼는 차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국회의원으로 일할 때 보다 말과 행동에 책임이 더욱 더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이 의견들이 반영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매우 바쁘게 보내고 있지만 일을 마쳤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원칙을 지켜 단계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며,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업무보고 때 디지털 여성부를 강조하셨습니다. 이는 공직사회의 전산화라는 개념을 넘어 여성 IT인력 육성을 위한 본격적인 고용안전망 구축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지식정보사회에 부응할 여성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역점을 둘 사항이 무엇인지요.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에 비해서도 우리나라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여성인력 들이 너무 많습니다.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취업률은 17% 수준으로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실정입니다. 여성부는 여성발전기금에서 IT분야 취업과 창업 등 전문분야 진출과 연계될 수 있는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교육지원사업비로 4억5,000만원과 전자상거래 위탁교육에 필요한 교육비로 2억8,600만원을 지원하기로 확정했습니다. 또 정보화촉진기금에서 30억원을 책정, 여성인력의 취업을 위한 정보화교육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모성 보호법'개정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재계의 반발도 크고.. 모성보호법 개정의 가장 큰 관건은 아마도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재계가 현재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모성보호 관련 법률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은 단기적인 시각이라고 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모성보호법을 개정, 유능한 여성인력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기업 측면에서 볼 때 경쟁력을 향상 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또 이번 개정법률안은 모성보호 비용을 고용보험기금 등에서 부담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01년 고용보험기금에도 출산휴가 연장비용, 육아휴직 비용을 반영했습니다. 그러나 기업과 근로자에게만 이 비용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이나 정부예산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현대 노동부, 국회 등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어 곧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모성 보호법이 개정된다 해도 비정규직 여성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재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는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7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이나 남녀 고용평등법상의 모성보호 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비정규 근로자 전체의 근로조건 및 권익보호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항이라 봅니다. 현재 이와 관련, 주무 부처인 노동부에서 지난해 10월 '비정형근로자보호대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 노사정 위원회에서도 논의 중입니다. 나중에 정부가 비정규근로자 보호대책을 수립할 때 이들도 모성보호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성부가 내놓은 정책을 보면 일하는 여성에 치우쳐 오히려 성인 여성의 대다수인 주부들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주부나 소외된 여성 계층을 끌어안는 정책개발도 미뤄서는 안될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 전업주부의 월 평균 가사노동가치는 85만6,000원~102만6,000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면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성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밝혔듯이 앞으로는 여성발전기금을 통해 여성자원봉사활동을 전문화 시키고 봉사활동의 경험을 가진 주부가 다른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을 시작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교육하는 사업을 활발히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 효율적인 여성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발전기금에서 1억7,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여성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현안들이 많습니다. 과거 여성특위는 호주제 폐지에 미온적이라고 여성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여성부는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계십니까. 또 호주제 외에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안은 없습니까. ▲급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통적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지금의 호주제도는 많은 불합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다수 사람 들이 호주제는 이혼과 재혼율을 증가시키고 날로 다양해지는 가족 형태를 제대로 반영해 줄 수 없어 가족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호주제도는 21세기 사회적 변화에 맞도록 적합하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에 관한 국민 의식조사에서 보여지듯이 여전히 반대 여론도 많기 때문에 관계법령 및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추진해야 할 정책들은 산적해 있는 반면, 여성부에 할당된 예산은 전체 국가 예산의 0.03%에 불과합니다. 자칫 정책집행 과정에서 현실과 괴리감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엇보다 유관 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 그 외 민간단체와의 원활한 협조체제도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여성부는 정부 내 여성정책을 기획하고 종합하는 업무를 맡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획을 종합하는 권한은 '여성발전기본법'이 정한 바에 따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 예정인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안'에는 각 부처에 '여성정책 책임관'을 지정하도록 근거 규정을 두어 여성부가 정부 내 여성정책을 효율적으로 종합하는데 필요한 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협조를 강화하기 위해 종전처럼 가정폭력, 성폭력 등 관련 법령에 근거, 자치단체에 일부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든가 여성 자원봉사활동 등 여성정책 업무를 표준화해 여성부와 이들 기관이 좀더 유기적으로 정책을 네트워크화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활동과 관련해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나, 여성부 직원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 주시지요. ▲제가 여성부 초대 장관이듯 여성부 직원 모두가 여성부의 초대 주인입니다. 다 같이 새 출발하는 만큼 모두가 주인임을 인식하는 마음자세로 직원간에 협력해서 단결할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국민, 특히 재계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인구의 절반인 여성인력을 얼마만큼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당장은 부담스러운 점이 많이 있겠지만 길게, 멀리 내다보는 자세로 여성정책을 평가하고 질책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리=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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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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