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백화점 매출의 허실

“지난해에는 12월이 따뜻했는데 올해는 12월에 급작스럽게 한파가 닥치다 보니 모처럼만에 큰 폭의 매출 상승세를 보인 것 같습니다.”(A백화점의 한 관계자) “한파나 폭설 덕도 있고 주식활황 덕도 있고 무엇보다 재개점한 백화점 본점 매장 규모가 커진 것도 신장률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봅니다.” (B백화점의 한 관계자) “지난 90년대 초호황을 누리던 시절보다도 매출 신장률이 높다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C백화점의 한 관계자) 내수경기가 최근 몇 개월 새 회복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12월 들어 백화점의 매출 급상승세가 내수 회복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1일 산업자원부가 내놓은 ‘1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도 백화점이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돼 12월에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들의 최근 매출실적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초 열흘간 실시된 백화점의 송년 세일 기간 동안 주요 백화점들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매출이 늘어났다고 밝히자 90년대 초반 국내 경기가 초호황을 누리던 시절보다 신장률이 높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의혹의 눈길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끼리 매출자료를 서로 교환, 비교적 정확한 매출이 잡혔으나 최근 들어 매출자료 유출단속이 심해지면서 추측만 가능해지다 보니 매출 부풀리기에 대한 의혹이 상존하고 있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이 비슷비슷한 사실을 감안할 때 10~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의혹이 소지가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백화점 매출은 오랫동안 기업들의 사업계획이나 경기전망을 위한 기본자료로 활용되면서 실물 체감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백화점 매출이 신뢰도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경기회복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현 시점이야말로 이 같은 신뢰도가 더한층 중요한 때다. 더욱이 12월 한파로 겨울상품 판매가 늘어 매출이 급상승했다면 1월 정기 세일은 그만큼 겨울상품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고 결국 1월에 매출 상승세가 주춤해질 경우 백화점들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게 아니냐’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백화점들이야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나오고 있다”는 군중심리를 이용해서라도 매출을 끌어올리고 싶겠지만 백화점 매출을 지표로 삼아온 업계나 언론은 사실을 검증할 만한 마땅한 장치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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