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사이클론 피해를 당한 미얀마에 유엔이 1억8,700만달러의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미얀마 군정은 구호 요원들의 입국을 거부했다. 더구나 군정은 지난 10일 군부에 국회 의석의 25%를 할당하는 내용의 신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강행,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미얀마 군정이 10일 사이클론 나르기스 이재민을 지원하기 위한 유엔의 구호품 수송기 2대를 추가로 압류했다고 발표했다. 미얀마 군정은 9일에도 2대의 구호품 수송기를 압류했다.
마르코 프라이어 WFP 대변인은 “양곤 공항에 추가로 압류된 수송기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각각 이륙했으며 고영양 비스킷과 천막용품, 구호팀 지휘소 설립을 위한 통신과 사무장비 등이 실려 있다”고 밝혔다.
군정은 이날도 15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재민 구호를 위한 현금과 물품 이외에 외국 구호인력의 입국은 계속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유엔은 “해외 구조팀을 받아들여 신속히 방역활동을 펴지 않으면 질병 확산 등 2차 재앙이 우려된다”며 군정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프랑스 정부도 미얀마 정부를 거치지 않고 사이클론 피해자들에게 직접 구호품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는 “공중에서 구호품을 직접 투하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미얀마 군정에 대해 “극도로 비난받을 만한 정권”이라며 호되게 비판했다.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정은 10일 신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 80~90%의 찬성율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의 40개 마을 과 이라와디 삼각주의 7개 등 피해가 극심한 지역은 24일로 투표가 연기됐다.
신헌법 초안은 상ㆍ하 양원 의석의 25%는 군부에 할당하도록 명시, 사실상 군정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영국인과 결혼하고 두 아들이 영국 국적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대선과 총선 출마 자격이 동시에 박탈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얀마는 1988년 군사정권이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제압한 후 1974년에 제정된 헌법의 효력을 중지시켜 현재 헌법이 없는 상태다. 군정은 457조로 구성된 신헌법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되면 이를 토대로 오는 2010년 총선을 실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