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상징도시인 미국 라스베이거스도 글로벌 불황을 비켜가지 못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으리으리한 호텔들이 즐비해 미국에서도 돈이 집중된다는 라스베이거스는 겉모습과 달리 불황의 모래 바람에 시달리고 있었다.
9일 현지 관광업계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의 핵심인 호텔산업은 최근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예년 같으면 가득 찼을 호텔방은 빈방이 늘고 있다. 2007년까지만 해도 평균 93%에 달하던 객실 예약률은 지난해 70%대로 떨어졌다. 현지 언론에서는 올해 평균 예약률이 53%까지 곤두박질 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기본 수익원은 카지노다. 네바다 사막을 건너오는 이용객들은 모두 이 도시에서 숙박을 해야 한다. 이들을 수용하는 곳이 바로 호텔이며, 대부분 1층에 카지노가 있다. 때문에 호텔 산업은 라스베이거스의 핵심 중 핵심이며, 호텔이 흔들리면 도시 전체가 흔들린다.
현지 관계자는 “총 18만명을 수용하는 라스베이거스 호텔은 예전에는 불야성을 이뤘지만 이제는 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며 “지난해말에는 일부 호텔이 사상 처음으로 부도 위기를 겪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지금 만들어놓은 객실도 남아돌고 있는데, 앞으로 2~3년 안에 수 만개의 객실이 더 만들어질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올해를 넘기지 못하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호텔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확보한 고객 리스트에 올라 있는 명단을 대상으로 전방위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평소 하루 200달러인 객실요금을 80달러까지 할인해 주는가 하면 100달러의 갬블머니를 공짜로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내용의 우편물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평소에는 텅 비었던 호텔이 이 같은 할인 행사 기간에는 방이 모자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나마 5~6년 전부터 활발해지고 있는 전시산업이 라스베이거스에게는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연간 3,000개가 넘는 각종 전시회가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대형 전시회가 열리면 그나마 도시가 북적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회도 예전 같지 않다. 8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최대 소비자 가전 전시회인 ‘CES 2009’의 참여 업체는 2,700개 가량으로 지난해(3,000여개)보다 10% 정도 줄어 드는 등 전시산업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주최측은 불황 속 기업들이 전시회 참가 비용을 아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CES 관람객도 지난해 14만명에서 7% 줄어든 13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여파로 라스베이거스의 소비 경기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대중교통이 거의 없다시피 해 대부분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수입이 줄어들자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입을 꺼리고 있다. 자동차 딜러들은 궁여지책으로 차 1대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공짜로 1대를 더 주는 판촉까지 벌이고 있다.
사막 한 복판에 만들어진 일확천금의 도시, 불이 꺼지지 않는 땅 라스베이거스도 숨을 죽인 채 미국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쓰나미가 하루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