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환자에게 6종 이상의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은 처방전을 보다 신중하게 써야 할 듯하다. 약 과다처방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6종 이상 약을 쓰는 처방 건수가 분기마다 각 병원에 통보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의협 등 의사업계는 “약 처방도 정부 눈치 보며 해야 하느냐”며 ‘진료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업계의 과다처방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각 병원 처방건 당 약 품목 수 현황을 분석, 해당 병원에 처방 품목 수가 분기별로 제공된다. 예컨대 A병원이 9월 한달간 처방한 총건수 중 6종 이상 다종처방이 차지하는 비율, 당뇨병 등 특정 질환에서의 다종처방 비율 등을 분기별로 산정, 해당 병원에 통보하게 되는 것. 이렇게 되면 A병원은 경쟁관계에 있는 인근 B병원과 비교, 자사 의사들이 환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약을 처방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박영희 심평원 평가2팀 차장은 “다종처방은 약들간 상호작용으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며 “처방과 관련한 세부 정보를 의료기관에 제공해 다종처방 행태를 자율적으로 개선시키고자 처음으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의사들을 상대로 자사 의약품 판매를 늘리기 위한 제약사의 로비로 고질적인 다종처방 행태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신길동에서 O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P씨는 “의약분업 이후 ‘의도적’인 다종처방은 상당히 줄었지만 지금도 처방전 100건 중 2건 정도는 동일 성분을 가진 약이 중복 처방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외국의 경우 영국ㆍ네덜란드ㆍ미국 등이 처방 1건당 4~6품목 이상이 들어갔을 때를 다종처방으로 정의, 약제 사용의 위험요인(risk factor)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업계는 이번 조사가 자칫 올초 정부의 항생제 처방 비율 공개처럼 외부에 알려질 경우 ‘소신진료’가 침해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윤수 대한의사협회 홍보실장은 “환자 상태에 따라 6종 이상 처방을 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정부가 일률적으로 처방 품종을 양적으로 평가한다면 의사의 진료권은 크게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