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아 닷새간의 긴 휴식에 들어가면서 설 연휴 이후 주가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외 주식 시장은 지난해 4ㆍ4분기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한 낙관론에 힘입어 추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에 이어 국내 증시를 이끌만한 매수 세력이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고 있어 조정을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설 이후 국내 증시 흐름이 설 연휴 기간 미국 증시 변동에 따라 방향을 정했던 경우가 많았던 만큼 미국 증시 움직임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국내 증시가 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간 휴식하고 홍콩(21일은 오전장만 개장)ㆍ중국ㆍ타이완도 휴장에 들어가지만 미국 등 다른 선진극 증시는 계속 열린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설 연휴 기간 동안 발표될 미국 기업의 실적 결과에 국내 증시가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증시 움직임은 물론 환율ㆍ유가 변동성과 외국인 투자자금의 아시아 증시유입 지속 여부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4.57포인트 오른 861.37포인트로 마감, 지난 2002년 5월 23일 863.16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상승세의 원동력은 역시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2,6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설 이후 장세, `미국 증시 상승세가 관건`=과거 10년간 설 연휴 직전 거래일 증시는 모두 상승했지만 설 이후 증시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95년, 97~98년, 2000~2002년 등 여섯 차례는 설 연휴 이후 5일간 증시가 상승했지만 94년, 96년, 99년, 2003년에는 하락했다.
무엇보다 시장의 추세와 상관없이 설 연휴 이후의 흐름은 연휴 기간동안의 미국 증시 흐름에 크게 영향 받는 것이 특징이다. 2001년을 제외한 9차례 모두 설 연휴 기간에 미국 증시가 상승할 경우, 연휴 이후 국내 증시가 상승했으며 미국 증시가 하락할 때 서울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2001년에는 설 연휴 기간 미국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강세였다.
최근 국내 증시의 주도력을 외국인 투자자가 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며 이번 설 연휴 이후 국내 증시의 흐름도 미국 증시에 동조될 가능성이 높다.
◇호전된 실적 발표 바탕으로 추가 상승 기대감 커=전문가들은 환율ㆍ유가 변동성 요인과 실적발표 이후 차익 매물 등을 연휴 기간 악재로 지목하면서도 기업 수익 및 경기가 회복 국면이라는 점을 들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정보기술(IT) 등 주도주의 상승 추세가 무너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차익 실현 성격의 매도 물량을 소화하고 있어 증시 흐름에 긍정적”이라며 “증시 상승 국면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실적 발표를 앞둔 미국 주요 기업의 예상 실적이 좋은 만큼 미국 증시가 차익실현 매물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수급이 악화되는 게 추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실적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외국인을 대체해 상승세를 이끌 매수 세력이 부상하고 있는데다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으로 연휴 이후 조정을 우려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외국인 순매수세와 함께 1월 증시를 이끈 동력은 개인자금의 증시 유입 기대감이었다.
연초에 실질 예탁금으로 추정되는 개인자금이 하루에 8,000억원 이상 유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개인 자금은 계속 이탈해 최근 5,000억원 이상 유출된 상황이다. 주식형 수탁액도 최근 8조원 수준으로 떨어져 기관 매수세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개인 자금 유입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데다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돼 증시가 변곡점에 임박했다”며 “연휴이후 증시의 방향성을 살핀 뒤 매수 시점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