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달 평균수입 69만원… 최저생계비도 안돼

자살 계기로 본 '대학 시간강사' 현주소<br>강의 절반이상 담당 불구 4대보험 혜택도 못받아<br>"방과후 학교 강사보다도 못하다" 자조적 목소리<br>교육전담 교원 임용案 추진 불구 이해 갈려 난항

4년 전 서울 A사립대에서 인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B(38)씨는 올 1학기에 모교를 비롯해 대학 3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박사과정 시절 결혼해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가 주당 15시간을 가르치고 받는 월 강의료는 120만원 남짓. 올해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136만원에도 못 미친다. B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 국내 대학 시간강사들의 주당 평균 강의시간은 7.11시간. 대학 평균 시간강사료가 3만6,400원을 감안하면 연간 강의료 수입은 828만원에 불과하다. 월급으로는 69만원이다. B씨는 "서울 상위권 대학 출신이어서 (나는) 강의가 없어 고통 받지는 않는다"면서 "중하위권 대학이나 지방 사립대를 나온 시간강사들은 2과목 이상 맡기 힘들어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교수임용에서 탈락한 대학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시간강사의 처우 문제가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시간강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사건은 최근 정부 차원의 처우 개선 논의가 예년에 비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대학시간강사대책소위원회는 28일 오후 교육과학기술부ㆍ한국비정규교수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차 회의를 열어 대학 시간강사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업 시간강사를 교육 전담 교원으로 흡수하는 방안과 4대 보험 적용 문제 등이 주로 논의됐다.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41세 이상인 전업 시간강사 4,500여명을 우선적으로 대학의 교육 전담 교원으로 임용해 고용 안정을 꾀하고 국민연금 등 보험적용을 통해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전업 시간강사를 교육 전담 교원으로 흡수하는 방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시간강사들의 인식이다. 대학들이 강의 전담 교원을 비정년트랙으로 임용해 전임 교원 확보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C사립대의 D 강사는 "대학들이 교수 숫자를 늘리는 대신 지출을 줄이려고 강의 전담 교원을 뽑지만 계약 기간이 최대 6년이고 이후에는 재계약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래도 당장 생계가 절박한 시간강사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고 지적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도 교육ㆍ산학협력 전담 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정원(대구대 강사) 위원장은 "제도 대상자가 4,500명 정도에 불과하고 영원히 시간강사 신분으로 남으라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이러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중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해달라"고 주장했다. 4대 보험 적용도 보건복지부가 시간제 근로자와 대학 시간강사의 국민연금 가입장 가입자 가입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을 입법예고했지만 대학들이 재정 부담 문제를 들어 반발하고 있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사통위 대학시간강사대책소위 고형일(전남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장은"아무리 규모가 작은 대학이라고 하더라도 연간 등록금 수입이 100억원은 넘을 텐데 시간강사에 대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혜택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박사 학위 소지자가 초ㆍ중등학교 방과후학교 강사보다 낮은 급여를 받고 가르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고등교육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정보공시제를 통해 시간강사료를 공개해 대학들이 알아서 올리도록 유도하는 방안 외에는 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위원장은 "대학 교원의 62%가 비전임이고 시간강사들이 수업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지만 신분 보장도 못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불과하다"면서 "면허증 없는 택시기사가 승객을 실어 나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면서 교원지위 회복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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