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워렌버핏] 투자감각 녹슬었나...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가인 워렌 버핏이 요즘 전통적인 투자방식만 고집하다 쓴 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우던 그의 탁월한 투자감각이 한물 갔다는 평가마저 월가에서 제기될 정도다.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들어 버핏이 장기간 보유하고 있던 선호 주식이 하나같이 악재가 터지면서 연일 주가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핏의 간판주인 코카콜라는 벨기에의 다이옥신 파동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해 비난받고 있으며 질레트는 지난 2·4분기 실적 부진으로 투자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디즈니도 수익 악화로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이들 3대 대표주가 버핏의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96년엔 48%에 달했지만 지금은 31%까지 낮아졌다. 더욱이 버핏이 한달전에 대거 사들였던 30년짜리 미 국채마저 큰 폭으로 떨어져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버핏이 회장으로 몸담고 있는 투자회사인 벅셔 헤서웨이의 주식은 뉴욕 증시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월가에서 「최고의 귀족주」로 칭송받던 헤서웨이의 주가는 지난 23일 주당 6만9,700달러로 마감돼 작년말보다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중 S&P 지수가 8.5%나 뛰어오른 점을 감안할 때 버핏 입장에선 매우 수치스런 실적이다. 레그 매슨 포커스 트러스트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로버트 행스트롬은 『버핏의 포트폴리오는 매우 진부한 편이다. 이 때문에 헤서웨이의 주식에 잔뜩 먹구름이 끼여있다』고 진단했다. 월가에서는 버핏이 한창 뜨고 있는 첨단기술 관련주를 애써 무시한 채 우량제조주만 사들이는 과거의 투자 관행을 고수하는 바람에 이처럼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술 혐오증에 걸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던 버핏은 인터넷주를 「한때의 유행」으로 무시하고 여전히 자신만의 독특한 포트폴리오가 뛰어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또 저평가된 주식만 엄선, 이를 장기간 보유하는 투자전략을 지향하고 있는 버핏의 방식이 이젠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버핏은 주주들에게조차 자신의 투자전략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가 하면 언론과의 인터뷰마저 기피하는 등 과거와 달리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월가는 버핏이 과연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지 아니면 시대 조류에 뒤쳐진 인물로 잊혀질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정상범 기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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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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