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빗장 열리지만 미국 큰손 "아직은 …"

벌금폭탄 악몽·정치리스크에 대규모 계약·현지 진출 주저

최근 발 빠른 중소형 투자가들이 이란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대규모 이란 투자 계약은 성사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비록 '큰손' 투자가들도 이란 투자를 물밑에서 타진하고 있지만 서방과의 핵협상 타결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고 정치ㆍ외교적 리스크가 큰 탓이다.


특히 대형 금융기관들은 서방의 이란 제재가 해제되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게 확실하다. BNP파리바, HSBC, 크레디트스위스, 스탠다드차더드, 코메르츠방크, 바클레이즈 등 상당수 글로벌 은행들은 미국의 경제 제재를 무시하고 이란, 수단, 쿠바 등과 대규모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많게는 수십억 달러씩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을 얻어 맞았다. 이 같은 아픈 기억 때문에 월가의 투자 은행들은 이란 증시에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고 석유 메이저 업체나 인터넷 공룡 기업들도 현지 진출을 주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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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미국과 이란간 갈등이 완전히 풀릴 가능성도 낮다. USA투데이는 "미국 정부가 이란의 인권 탄압, 탄도미사일 개발, 테러 그룹 지원 등을 이유로 대다수 미 기업들의 이란 사업을 지속적으로 금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모든 경제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트럭, 복사기, 프린터기, 철강 등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제품 판매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럽ㆍ아시아 기업 중심으로 이란 투자가 활성화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다른 투자 걸림돌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란은 1979년 혁명 이후 공공 이익을 위해서는 외국인 자산도 국유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투자 이익을 남긴 뒤 본국으로 가져갈 수 있을 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울러 이란 정부의 부패, 관료주의, 기업 소유권의 불확실성 등도 우려 요인이다. 계약서를 중시하지 않는 중동 특유의 사업 문화도 외국인들을 곤혹스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이란 합작투자사인 아르잔 캐피털의 안드레아스 슈바이처 파트너는 "계약서 사인은 단지 긍정적인 의사 표시에 불과하고 진짜 협상은 이후에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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