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경제석학 특별인터뷰] 크라우스 加州주립대 명예교수

"한국은 재정확대에 의한 경기부양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시점에선 경제 개혁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한국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내리는 것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로렌스 크라우스 교수(72)는 지난 80년대부터 한국 경제에 관심을 가져 미국에서 손꼽히는 한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이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를 잘못 예측했다며, 지금 경기부양을 하는 것보다 개혁을 지속하는 것이 선진국 경제가 회복될 때 한국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국제무역 세계적 권위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명예교수로 재직중인 크라우스 교수를 전화로 연결, 한국 경제에 관한 조언을 들어봤다. - 김대중 정부의 지난 3년간 경제운영을 코멘트해 주시지요. ▲ 김대중 대통령은 처음에 매우 강력하게 출발했습니다. 김대통령은 운이 매우 좋았다고 할수 있습니다. 김대통령은 경기가 바닥일 때 집권했고, 모든 문제를 과거 정부의 탓으로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대통령의 정부는 99년 말에서 2000년까지 지속된 빠른 경기회복의 덕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 경제를 예측하는데 실수가 있었습니다. 한국정부는 2000년 4분기부터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올해 2분기부터 회복기에 들어가 연말이면 충분히 회복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을 장려하는데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렇데 예측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것입니다. 미국 경제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고, 회복시기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세계의 다른나라도 그렇습니다. 유럽이 그렇고, 라틴아메리카도 침체 상태에 있습니다. 정부는 상반기에 경기를 부양하려고 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개혁과제)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일 뿐입니다. 그것은 일본 경제의 패턴을 닮아가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은 한국으로선 큰 실수가 될 것입니다. 경기를 자극하게 되면 정부지출이 늘고 재정이 고갈됩니다. 경제구조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한국 정부가 이점을 인식하고 있다면 재정 확대에 의한 경기부양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아직 심각한 수준이 아니지요. 따라서 통화 확대를 선택하는 것이 옳지, 재정 지출을 통해 건설 시장의 인력을 확대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몇 개월동안 한국의 실업률은 높아지리라고 봅니다. 특히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는 레임덕 현상을 겪을 것으로 봅니다. 고통스런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스탠리 피셔 부총재가 한국의 금융개혁이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한국이 금융개혁을 잘했는가 하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노(No)'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금융개혁은 두가지 시각에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첫째 현재 한국의 금융시스템에서 볼 때 은행은 정부가 소유하고 지도하고 있습니다.은행 경영자가 정부의 의지와 떨어져서 생각하고 체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실업률을 낮추려고 신용력이 낮은 기업들을 살려주고 있습니다. 현대가 그렇고, 대우자동차, 한보철강이 그렇습니다. 문제는 한국이 개혁을 잘할수 있었는데, 현재 그렇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해야 할 숙제를 많이 남겨두고 있는 셈이지요. 또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의 개혁은 일본보다는 많이 진척됐습니다. 대만이나 태국, 인도네시아보다 훨씬 낳습니다. 중국도 최근에 금융개혁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개혁은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많이 진행됐고,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앞서도 경기부양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만, 한국에선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경기부양이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대개의 정부는 경기가 침체하면 구경제(Old Economy)를 활성화시키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도 신경제(New Economy)기에 진입했습니다. 중소 벤처기업들이 나타나고 정보기술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이슈는 정부가 할 일을 없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경기를 자극하려고 정책을 취하더라도 중소창업기업을 지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것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고, 할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정부는 교육을 증진시키고,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향상시키고, 최저임금계층의 사회보장을 확대하는 일들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기업을 지원해서 경기가 회복되는 일을 해서는 안됩니다. - 한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했다가 갑자기 식었는데요. 그 원인이 무엇입니까. 외환위기 직후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너무 일찍 내렸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봅시다. 99년에서 2000년 사이엔 미국 경제가 호황이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들어갈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세계경제가 침체하면서 한국에 투자가 줄어들고 자본 유입이 감소한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동시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미국과 세계경제가 회복되지 않는한 한국은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경제개혁에 관해) 해야할 일들을 덜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수 없습니다. 한국은 경기 침체기를 활용해서 노동시장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내린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비판에는 동의할수 없습니다. - 그러면 금리를 더 내려야 합니까. ▲ 금리를 내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도 최근 경기 둔화 현상이 나타나자 금리를 내렸지 않습니까. 금융정책을 완화함으로써 경기를 조절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아직도 부실여신이 많습니다. ▲ 한국 기업의 문제는 자산에 비해 부채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부채-주식 스왑 방식입니다. 은행은 부실 기업에게 부채를 줄이기 위해 주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은행이 그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은행도 많은 부실 여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 기업의 주식을 사서 일반 국민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을 생각해볼수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저축률이 높기 때문에 주식을 살 여력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정부는 주식을 매입하는 일반투자자들에게 세금감면을 해주는 방법을 생각해볼수 있습니다. 그러면 주식을 팔기가 수월해 질 것입니다. 요컨데 원리는 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서 일반투자자들에게 주는 것입니다. - 한국의 재벌들이 정부의 개혁에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 한국 정부는 개혁 초기에 사업 맞교환을 유도하는 큰 실수를 했습니다. 그게 잘 안된 것은 지금에 와서 판명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했어야 할 올바른 일은 은행으로 하여금 재벌에 압력을 넣어 자산 대비 부채를 줄이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삼성은 그렇게 했지만, 대우는 오히려 부채를 늘리는 바람에 결국 부도가 나질 않았습니까. 현대의 일부 계열사도 부채를 늘렸습니다. 은행은 재벌 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합니다. 나는 재벌들이 더 이상 돈을 많이 쓸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수익이 나는 한에서 자금을 운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 노사 관계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지요. ▲ 한국 노동자들이 전투적인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됩니다. 과거 역사를 볼 때 권위주의 정부가 근로자를 억압했습니다. 그들에겐 과격행동이 전술일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서는 한국 정부가 과격한 노동운동이나 폭력을 허용해선 안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를 위해 사회보장을 확대하는 일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할수 없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생산을 감축해야 할 때 직원들을 해고해야 하는데, 그러면 대규모 파업이 일어납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 경영은 더욱 악화되고, 종국엔 부도가 나기 쉽습니다. 노조 지도부도 이런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정부는 그런 회사를 지원해서는 안됩니다. - 산업은행이 하이닉스를 지원한데 대해 미국에선 비판이 많은데요. ▲ 문제는 설비과잉입니다. 하이닉스가 LG반도체를 인수한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정부가 그것을 강요했지요. 반도체 설비가 과잉일때는 생산라인을 줄이고 인력을 감축해야 합니다. 또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하이닉스는 아주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부채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반도체 감산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반도체 감산은 처음은 아닙니다. 가격이 하락할땐 생산 능력을 줄여야 합니다. 동시에 고용인력도 줄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 원화가 올들어 10% 절하됐지만 수출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원화를 더 절하해야 하나요. ▲ 한국의 수출 감소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 때문입니다. 나는 환율을 조작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정부가 평가절하한다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 싱가포르가 2분기에 걸쳐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아시아에 제2위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요. ▲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아시아는 실질적인 경기 둔화를 맞고 있지만, 정부가 환율을 유지하려다고 외환 위기를 맞았던 것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더 이상 고정 환율제를 채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가 한국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 한국에는 큰 파장이 없을 것입니다. 아르헨티나가 만일 평가절하를 하고 대외부채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브래디본드의 가산금리가 확대되고, 라틴아메리카 주변국들에는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 파장이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 일본에 신정부가 들어서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개혁이 성공할까요. ▲ 일본은 오랫동안 개혁을 지연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에서는 더 이상 개혁을 지연시킬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단기정책에 집중해왔지,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피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성장이 몇 년째 정체되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신정부가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만일 진정한 개혁이 이뤄진다면 미국 경제가 2002년에 회복될 때 일본은 더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일본이 개혁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하고, 오는 2008년에 올림픽도 개최합니다. 한국도 좋은 일이겠지요. ▲ 중국은 동아시아 경제의 엔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하버드대의 로버트 배로 교수는 한국이 제2의 외환위기를 피하려면 원화를 포기하고 달러를 쓰라고 권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이 언젠가 시장이 완전히 개방될 경우 가능하다고 생각해볼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 엔화가 변동환율제를 취하고 있고, 아시아의 다른 통화도 시장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달러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에게 한국 경제에 대해 한마디 해주신다면. ▲ 한국 정치는 정당이 아니라 개인 성향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1년반은 아주 긴 시간입니다. 누가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지 아직은 모르는 상황입니다. 내년에 같은 질문을 한다면 그땐 어느정도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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