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리콘밸리가 시들어간다

벤처캐피털 투자 외면·전문인력도 속속 떠나실리콘밸리가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벤처투자→기술개발→상용화→재투자로 이어지는 이른 바 산업 생태계 시스템(Industrial EcoSystem)의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위기설은 침체-불황-회복-호황이 반복되는 경기순환 주기가 침체기에 머무를 때면 여지 없이 대두되었던 것. 지난 91년 불황기에도 현지 언론들은 실리콘밸리의 위기설을 대서 특필하기 바빴다. 이에 따라 위기설의 반대편엔 항상 경기가 되살아나면 실리콘밸리도 되살아 날 것이란 낙관론이 함께 있어 왔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 생태계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면서 실리콘밸리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실리콘밸리의 위기는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 지역 산업 전반을 지탱하는 구조적인 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장기화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의 지역 경제가 이번엔 미국의 경기 반등 대열에 합류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인 셈이다. 산업 생태계 붕괴는 실리콘밸리 경제를 뒷바침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장기 침체에서 촉발됐다. 이에 따라 벤처 캐피털들이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들을 외면, 불황 탈출의 실마리인 '돈줄'이 말라버림에 따라 실리콘밸리 경제의 회생 가능성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한해 동안 실리콘밸리 소재 200대 IT 기업들의 총 손실액은 사상 최대인 913억 달러에 달했고, 이로 인해 지난 2000년 260억 달러에 달했던 벤처 캐피털 투자 역시 지난해엔 60억 달러로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IT 분야의 골드 러시를 보고 실리콘밸리 지역에 몰렸던 전세계 전문 인력들이 속속 이 지역을 뜨면서 인적 자원의 공백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 과감한 투자로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을 가능케 했던 것이 과거 벤처 캐피털의 역할이었다면 이를 실제 상용화하는 것은 법률 전문가, 경영 컨설턴트, 마케팅 전문가, 헤드 헌터 등 이른바 휴먼네트워크(Human Network)의 몫이었다. 그러나 스탠퍼드, 버클리, UCLA를 중심으로 맺어진 국내외 전문 인력들이 속속 다른 지역으로 이탈하거나 본국으로 U턴하고 있어 실리콘밸리는 돈줄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사람마저 등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장기 불황을 점치는 비관론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김창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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