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 스위스로 입양된 후 국제문제 전문가로 성장한 한국계 여성이 고액 연봉을 마다하고 모국의 국회 인턴으로 활동,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인 앤 바단(31)씨는 지난 10월 중순부터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원실에서 국제문제를 조언하는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네바 국제관계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그는 여러 다국적기업을 거쳐 `다보스포럼` 주최측으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EF) 사무국의 기업담당 매니저로 능력을 발휘하다 휴직하고 연봉이 1/7도 안되는 모국 국회의 인턴직을 선택했다.
모국에 대한 정신적 갈증을 채우기 위해서다. 대구 출신으로 75년 입양된 바단씨는 한국의 문화ㆍ사회 등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스위스에서 얻을 수 있는 모국에 관한 지식은 김치ㆍ불고기 등 한국음식 뿐이었다.
그는 지난 1월 WEF 연례회의인 다보스포럼 준비 과정에서 알게 된 정의용 주제네바대표부 대사에게 이같은 답답함을 호소,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 자격으로 포럼에 참석한 정 의원을 소개받아 국회 인턴으로 잠시나마 모국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지난 8월 방한한 바단씨는 스위스의 영세중립국 모델이 통일 후 한국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문을 정 의원에게 제출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틈틈이 한국어강좌를 듣는 등 `모국 알기`에 애쓰고 있다.
이달 말 WEF 사무국에 복직하는 그는 “민주당의 분당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치판단을 떠나 한국 정치가 스위스와 달리 굉장히 생동감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스위스에서도 한국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