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 '현대차 경영권승계 비리' 정조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父子) 소환을 앞둔 검찰이 11일 현대차 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계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을 압수수색한 것은 수사의 물줄기가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쪽으로 옮겨갔음을 의미한다. 삼일회계법인은 현대차 계열사인 본텍(옛 기아전자)과 위아(옛 기아중공업)의회계 감사를 맡고 있고, 이들 회사는 검찰이 압수수색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거쳐 지분구조가 바뀌면서 경영권 승계에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는 지분구조가 변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과대 또는 과소 평가됐다는 의심을 사고 있어서 검찰이 삼일회계법인에서 압수한 자료들은 이들 회사 주식의가치평가와 관련된 자료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검찰은 "삼일회계법인에서 압수한 자료들은 현대오토넷 수사에만 한정된다"고 선을 긋고 있어서 일단은 현대오토넷이 지난해 말 본텍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의 문제점을 짚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본텍 = 본텍의 지분구조는 1999년 12월 현재 CRC인 윈앤윈21과 씨앤씨캐피탈소유의 `코미트 M-A펀드 1호 기업구조조정조합'이 36.05%씩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윈앤윈21과 씨앤씨캐피탈은 모두 이달 4일 검찰이 압수수색한 CRC들이다. 본텍은 2001년 1월 총 주식 200만주에 대해 `구주 200대 신주 1'의 비율로 무상감자를 실시, 납입자본 100억원 규모의 회사를 5천만원짜리 규모로 만들어 99억5천만원의 감자 차익이 발생했다. 기업이 이같은 감자를 실시하는 것은 누군가의 손에 쥐어주기 편하게 몸집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윈앤윈21과 씨앤씨캐피탈이 100억원이 있어야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을 5천만원만있어도 인수할 수 있는 규모로 축소시켰다는 얘기다. 기업 규모가 작아진 뒤 본텍의 지분구조는 기아차 39%, 글로비스 30%, 정의선기아차 사장 30%로 변했다. 당시 글로비스 지분구조가 정몽구 회장 35.15%, 정의선사장 39.85%였던 점에 비춰보면 사실상 본텍은 정의선 사장 손에 넘어간 셈이다. 이 회사는 2001년 11월 다시 자본금 49억5천만원을 납입하고 보통주 99만주를증자해 원래 규모의 절반 크기로 몸집을 불렸다. 그리고 정의선 사장은 2005년 9월 자신이 갖고 있던 이 회사 지분 30%인 60만주를 독일 지멘스사(社)에 주당 9만5천원, 총 570억원에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 그뿐 아니라 2005년 11월 현대오토넷이 본텍을 인수합병할 때는 본텍의 주식가치가 주당 23만5천원으로 평가됐고 현대오토넷 지분 6.7%를 갖고 있던 글로비스의기업가치가 상승해 정의선 사장은 기업 평가이익도 얻게 됐다. 검찰은 이같은 본텍의 감자 및 증자 과정을 통해 정의선 사장이 막대한 매각차익을 얻거나 인수합병을 하는 과정에서 삼일회계법인 실무자들이 실시한 기업평가에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 위아 = 위아는 기아중공업 시절인 1998년 7월 악성채무를 해결하지 못하다창원지법에서 채무를 5년 거치 5년 분할상환하는 조건으로 화의인가를 받았다. 기아차가 대주주였던 이 회사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1999년 10월 윈앤윈21에 46.6%, 한국프랜지공업에 44.0%의 지분이 넘겨졌고 윈앤윈21의 지분은 큐캐피탈파트너스에 전량 매각됐다. 윈앤윈21과 큐캐피탈은 모두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한국프랜지공업의 대주주는 정몽구 회장의 고모부인 김영주 명예회장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01년 12월 위아 주식을 45.3%씩 총 90.6%를 인수해서 최대주주가 되는데 당시 연간 당기순이익 611억원을 내던 위아의 주식 694만주를 주당 100원, 총액 기준 7억원도 안되는 돈으로 인수해 의혹이 일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이 모두 퇴사하고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인수경위는 모른다"면서 "자산부채인수방식으로 위아 지분을 확보해 지분을 싸게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부채인수방식을 사용할 경우 기업의 우량자산과 부채를 선별적으로 인수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아사태 이후 위아의 은행빚은 총 739억8천만원 규모였는데 채권은행들은 공적자금을 투입받으면서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아에 대한 채권을 256억원에 넘겼다. 그 때문에 현대차가 위아 지분을 CRC와 한국프랜지에 파킹(특수관계인 등에게회사의 지분을 맡겨두는 것)시켜두고 부실채무를 털어낸 뒤 다시 편법으로 재인수해계열사에 편입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의 분석 등을 통해 이런 의혹들을 낱낱이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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