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 작년말이후 3번째 돈 풀어…이번에도 반짝효과 그칠듯

■ BOJ 또 유동성공급 확대<br>대책 발표후 엔화 되레 강세 닛케이지수도 상승폭 줄어<br>'마지노선' 80엔대 무너지면 달러화 직접 매입 나설수도


일본중앙은행(BOJ)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엔고 현상이 심화될 때마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BOJ가 자금을 푼 것은 지난해 12월과 올 3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하지만 자금공급에 따른 엔고 저지 약발이 1~2개월 정도에 그쳐 이번에도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글로벌 약달러 흐름에 일본 자체적으로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두바이 쇼크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엔화가 가파르게 하락하자 BOJ는 지난해 12월1일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10조엔 규모의 자금을 만기 3개월, 금리 0.1%로 시중에 풀었다. 대신 일본 국채(JGB)와 기업어음(CP), 회사채를 담보로 받았다.


이 같은 조치는 시중 유동성을 늘려 장기금리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또 시중 엔화 자금이 늘어나면 엔화 가치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노렸다. 10조엔의 자금이 시중에 공급되면서 엔화는 강세를 멈췄다. 86엔선을 위협하던 엔ㆍ달러 환율은 이후 상승세로 방향을 틀어 1월 중순 93엔대까지 상승했다.

BOJ는 남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고조되던 지난 3월17일에도 10조엔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12월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엔화가 다시 88엔대로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물론 3월 대책 이후 엔화가치는 94엔선까지 다시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BOJ가 이번에도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즉 엔화가치를 달러당 80엔 중반의 박스권으로 묶어놓는다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전 두 차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단기효과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출기간이 비록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추가 자금공급 규모가 10조엔에 불과하고 자금공급 이외의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 반응이 이를 잘 보여준다. BOJ의 조치가 예상했던 수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오전 3%의 상승폭을 기록했던 닛케이225지수는 BOJ의 대책 발표 이후 상승폭이 축소돼 1.76% 오르는 데 그쳤다. 환율 동향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도쿄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대책 발표 이전의 하락세(환율 상승)를 보이다 정작 발표 이후 달러당 85엔선이 붕괴되는 등 강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특히 환투기 세력들이 엔고 행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 엔고에 베팅하면서 오버슈팅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미쓰시게 아키노 이치요시투자운용 수석 펀드매니저는 "BOJ의 이번 결정은 이미 알려진 수준으로 투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서 "기대감으로 주식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24일 달러당 83.90엔을 기록하며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뒤 엔고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으로 약세로 돌아섰던 엔화는 BOJ의 대책 발표 직후 다시 강세로 전환됐다.

바클레이스캐피털 도쿄사무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리타 교헤이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현재의 엔화 흐름을 바꿀 수 없다"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 외환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의 더블딥(경기 이중 침체) 공포가 가시지 않는 한 엔화 강세 현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엔화는 이번 대책 발표로 일정 기간 상승하다가 다시 80엔 대를 시험할 가능성이 높다. 엔화가 80엔대까지 하락할 경우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재무성이 자금을 투입해 달러화를 직접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본 정부는 2004년 이후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일본 재무성은 9ㆍ11사태 여파로 금융시장 혼란이 이어졌던 2003년 한해 동안 20조4,000억엔어치의 달러화를 매입했다. 일본 정부는 20조엔의 환율안정기금을 특별회계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재무성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그해 엔화는 미 달러화에 비해 10% 가까이 상승했다. 2004년 초에는 14조8,000억엔어치의 달러화를 사들였다. 당시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09엔선이었다.

일본의 지난 2ㆍ4분기 성장률은 0.4%(연율 환산)로 3분기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1ㆍ4분기 성장률(4.4%) 대비 크게 위축된 것이다. 엔화 강세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례로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달러당 엔화 가치가 1엔 상승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300억엔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